운전을 하는 데 자동차가 갑자기 총알같이 튀어나가면서 통제가 되지 않는다면 어떨까. 브레이크를 밟아도 멈추기는커녕 속도도 줄지 않아 진땀을 흘리는 상황은 꿈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그런 악몽 같은 일이 흔치는 않지만 실제로 일어난다. 멀쩡하게 가던 차가 갑자기 건물 안으로 돌진하거나, 절벽 밑으로 떨어지거나, 서있는 차들을 마구 들이받는 사건이 터지면 사람들은 운전자를 의심한다. 술을 마셨거나, 약을 했거나, 아니면 갑자기 몸에 이상이 와서 정신이 혼미해졌으려니 한다.
그게 아니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 순간적 착각으로 가속 페달을 밟은 것으로 이해한다. 노인 운전자들의 경우 이런 실수로 사고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유사 사고의 원인이 운전자와는 무관하고 자동차의 결함 탓이라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2000년대 들어 특히 도요타 차량을 둘러싸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이 접수되었는데, 그때마다 도요타 측은 “절대 아니다”고 강경하게 맞섰다. 그 결과가 지금의 대대적 리콜 사태이다.
도요타의 리콜 조치와 함께 그동안 어디에도 하소연 할 데 없어 억울했던 운전자들이 매스컴에 사연들을 털어놓고 있다. 아무 것도 잘못한 게 없는데 차가 갑자기 미친 듯이 날뛰다 파손되고, 그 책임을 고스란히 자신이 떠안아야 해서 분하고 억울했던 운전자들이다.
예를 들면 피닉스의 은퇴 변호사인 조든 지프린. 지난 2005년 여름 그는 도요타 캠리를 집에서 몰고 나오던 중이었다. 발을 브레이크에 대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가 속력을 내기 시작하더니 이웃집 유틸리티 박스를 들이받고 멈췄다고 했다. 그는 당장 문제를 도요타 측과 연방당국에 제기했지만 도요타 측은 오만했고, 연방당국으로부터는 상황이 애매하다는 답만 들었다고 했다.
2004년 1월22일 라스베가스의 한 노부부는 카지노 주차건물 4층에서 2002년 캠리를 몰고 나오던 중 차가 갑자기 돌진해 주차건물 밖으로 떨어져 사망했다.
비슷한 사고는 그 전부터 있었다. 북가주의 한 한인 엔지니어는 10년 쯤 전 동료의 부인이 캠리로 유사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샤핑몰 주차장에서 차를 뒤로 뺀 후 앞으로 나가려는 데 갑자기 급발진 되면서 옆의 차들을 여러 대 받고 가로수룰 받은 후 멈췄다는 것이다.
컨수머 리포츠의 2008년 모델 대상 조사에 의하면 급발진 관련 불평사례 중 토요타와 렉서스가 41%를 차지, 단연 1위다. 이들 차량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16%인 것을 감안하면 너무 높은 수치다. 도요타가 문제를 회피하려 했다는 의심을 면키 어렵다.
이번 리콜로 인한 도요타의 손실은 9억 달러, 잠정적 판매 중단에 따른 손실은 추가로 한주에 1억5,500만 달러로 추산된다. 가속 페달에 문제가 있다는 소비자들의 불평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을 때 겸손하게 귀를 기울였다면 이렇게 문제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도요타가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고 있다. 과이불개(過而不改), 즉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 그 것이 바로 잘못이라고 한 공자의 말을 되새겨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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