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요타·혼다 리콜… 세이부 백화점 폐점… JAL 파산…
중국과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자리를 다투고 있는 일본이 궁지에 내몰리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이웃나라인 한국과 중국이 빠른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디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며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일본 경제의 아이콘이라 할 도요차자동차, 혼다자동차, 일본항공(JAL), 세이부백화점이 잇달아 곤욕을 치르면서 ‘이코노믹 애니멀’(economic animal) 일본인의 자존심에 먹칠을 하고 있다.
디플레이션 압력도 가중
언론 “개혁외면”자성촉구
월스트릿 저널은 29일 도요타자동차의 최근 리콜 사태와 관련해 “도요타가 1등에 집착해 그 기초가 되는 품질을 희생했다”며 따갑게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도 “도요타가 자국 중소기업이 아닌 세계 각국 기업에서 부품을 조달하기 시작한 것부터 잘못이었다”면서 이 회사의 품질관리 전략이 총체적인 난국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도요타가 판매중단 조치를 취해야 했던 원인이 된 가속페달은 캐나다산이었다.
도요타의 이번 판매 및 생산중단 사태는 ‘세계 제일의 기술대국’이라는 명성에 취해 품질관리라는 ‘기본’을 무시했던 게 주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CEO인 창업주의 손자인 도요타 아키오 회장이 시련을 겪고 있다며 그의 잘못된 판단을 문제 삼기도 하지만 결국은 체질개선에 실패한 일본 기업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혼다자동차도 이날 창문 스위치 결함으로 전 세계에서 판매된 ‘피트’(Fit), ‘재즈’(Jazz), ‘시티’(City) 모델 64만6,000대를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잇따라 폐점을 선언한 백화점업계도 마찬가지다. 28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사설을 통해 최근 잇따라 폐점을 선언한 백화점업계의 뼈를 깎는 자성을 촉구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브랜드의 힘 하나만으로 고객을 끌어모아온 백화점들은 이제 매출이 떨어져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하루빨리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7일 도쿄에서도 핵심 상권인 긴자의 상징이었던 26년 역사의 세이부백화점이 문을 닫기로 결정돼 일본인들에게 충격을 줬다. 요미우리는 특히 13년째 백화점시장이 축소돼 온데다 지방 백화점들이 문을 닫는 경우가 속출했는데도 정작 백화점업계의 대응은 느렸다고 질타했다.
최근 파산한 JAL의 경우도 몰락하는 경제대국 일본을 그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국영 기업으로 출발해 1987년 민영화됐지만 국영기업과 같은 방만한 경영행태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하고 파산하고 말았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는 지난해 취임 당시 “일본 경제를 확실히 회복 궤도에 올려놓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취임 일성은 해가 바뀐 지금 미래에 대한 불안과 탄식으로 빛이 바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일본의 현지 언론들은 “일본 기업들의 나태한 태도는 일본 내수시장의 축소와 맞물려 더욱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면서 패기와 열정을 상실한 일본의 암울한 미래를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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