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래야 5,000이 넘을까 말까한 작은 도시다. 그 마을에 변호사 사무실은 하나 밖에 없었다. 어느 날 변호사 사무실이 하나 더 생겼다. 말하자면 극히 제한된 초지(草地)에 덩치 큰 초식동물이 하나 더 나타난 셈이다. 두 개의 변호사 사무실이 제대로 운영됐을까.
두 사무실 모두 호황을 누리게 됐다고 한다. 두 변호사 사무실을 오가며 마을 주민들이 경쟁적으로 소송을 하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흔히 듣는 변호사 관련 농담이다.
“소송하기를 좋아하는 그들은 이치를 따져 말하기를 잘하고 다른 사람들이 소송을 하도록 부추겨 그 사람을 대신하여 공무를 처리하고 이것을 빌미로 수고비를 받아 챙겼다.”
‘중국유맹사’에 나오는 구절이다. 중국의 송나라 시절에 이미 소송전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 소송전문인들은 순진한 사람들을 꼬드긴다. 그래서 소송에 휘말리게 한다. 이들의 목적은 그들이 망하든 말든 들쑤시어 돈과 재물을 취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패거리를 지어 관아에 압력을 넣는다. 법을 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위관리와 결탁하고 있어 그 위세에 주나 현의 관리들도 몸을 움츠렸다고 한다.
이런 무리들을 당시 사람들은 송귀(訟鬼)라고 불렀으며 뱀이나 전갈 보듯 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자주 들리는 이야기가 ‘변호사 망국론’이다. 툭하면 소송이다. 그 소송이라는 게 그렇다. 사회정의구현과는 거리가 멀다. 일확천금이 목적인 경우가 상당수다. 그리고 끌어대는 법리가 궤변에 가깝다. 그래서 나오는 한탄이다.
한 가지 기묘한 사실이 있다. 율사, 다시 말해 법을 다루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그런데도 미국의 대법원의 권위에 대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데올로기의 편향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공동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상식의 한도에서, 또 사회적 보편성이란 잣대를 기준으로 판결을 내린다. 항상 공정과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사법부는 권위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 스스로 권위를 유지해나감으로써 ‘변호사 망국론’을 기우로 그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가 길어진 건 요즘 한국의 대법원이 스스로의 권위를 지키기 위한 미국 대법원의 노력과 너무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서다. 사법부가 일부 이념과잉 형 젊은 판사들에게 휘둘려왔다. 그 와중에 강기갑 무죄, 광우병 PD 수첩 무죄 등 법 상식으로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판결이 잇달았다. 그 불합리성과 불공정성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아지자 법관의 독립이 위협받는다는 식의 볼 멘 소리만 하고 있다.
‘불합리한’ 사법부 판결에 대한 비판과 항의의 방법 또한 불합리 하기는 마찬가지다. 대법원장의 출근을 막아서고 대법원장 차에 계란을 던지는가 하면 판사 자택 앞에서 시위를 하고 신변위협 루머에 판사가 귀가를 못하고 휴가원을 제출하는 사태로 까지 번졌다.
판사의 이념적 편향성을 의심받는 일련의 판결들, 그리고 이에 대해 도를 넘은 공격적 양상으로 치닫는 비판과 항의가 또 한 번 한국사회를 이념대결로 몰아가고 있다. 이러다가 사법부 망국론이 나오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