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들은 일도 잘하지만 옷도 잘 입는다. 헤어스타일도 멋지다. 자신을 포장하는 이미지 메이킹이 능하다고나 할까. 언젠가부터 그 사람의 이미지를 말할 때 패션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옷 잘 입는 남자’ ‘연예인 뺨치는 여자’라는 말이 칭찬으로 들리고, 직종에 따라서는 세련된 스타일이 경쟁력이 되기도 한다. 무심한 척해도 눈에 보이는 것이 패션이기에 웬만큼 튀지 않으면 묻어가기 일쑤지만, 한번 튀기 시작하면 온갖 질시와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이기적인 스타일을 유지하게 된다.
이들에 대한 패션 코멘트도 즉각적, 구체적이다. 공항에 입국하는 고소영의 파파라치 사진이 뜨자마자 ‘지방시의 판도라 숄더백, 에르메스 여권 지갑’이라는 주석이 붙고, 이영애 등교 패션으로 주목받았던 ‘착한 가격대의 에르메스 패리스 봄베이 백’과의 비교가 뒤따르는 식이다. 명품 자체의 힘이라고 하지만 한 눈에 브랜드 라인을 간파할 만큼 패션 전문가들도 많다는 뜻이다.
지난 연말 송년모임들을 취재하면서 한인 여성들의 파티 패션을 눈여겨봤다. 중년 여성들의 모임은 ‘레드’ 재킷 사이로 번쩍거리는 다이아몬드 주얼리가 무게를 실어주었고, 미씨족이 주를 이루는 모임에는 올 블랙 룩에 목 또는 어깨를 살짝 감싸주는 패션모피 활용이 지배적이었다. 두 모임 모두 골드 체인이 단박에 ‘샤넬’ 임을 말해주는 백으로 멋을 냈다는 공통점도 있다.
처음 골드 체인에 시선이 갔을 때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견적을 내볼까 했지만 어느 순간 샤넬 백이 종류별로 보이면서 ‘타운 파티의 드레스 코드는 샤넬 백’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파티에 어울리는 클래식한 백이 샤넬 2.55임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언론사라는 보수적인 직장에 다니다보니 회사 분위기에 맞는 스타일이 즐겨 입는 스타일이 됐다. 패션 화보나 TV에 등장하는 스타 패션은 그냥 눈요기일 뿐이고, 한달치 월급을 호가하는 샤넬백은 왠지 옷장에 모셔두어야 할 것 같다. 또, 에르메스 백은 아무리 착한 가격대라도 열외다.
하다못해 2010년 봄 블링블링 패션은 계속된다는 트렌드 분석에 스팽글 스커트를 들이대보지만 ‘이걸 몇 번이나 입을까’ 싶어 이내 내려놓고 만다. 어쩌다 한번 입고 일하면 기분 전환은 될꺼야 싶다가도 스팽글 스커트로 승부하기보다는 튀는 소품 쪽을 택하는 평소 스타일로 돌아가는 것.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질 때 스커트는 벗을 수 없지만 소품은 잠시 서랍 속에 들어가 있으면 될 것 아닌가.
드레스 코드가 지정된 파티를 제 집 드나들 듯 하지 않는다면 연예인 패션 따라 하기 스타일보다는 나를 말해주는 스타일 찾기가 필요하다. 패션은 늘 변하고, 스타일은 여간해서 변하지 않는다. 스타일이 이기적이면 패션도 이기적이다. 개과천선형도 더러 눈에 띄지만 원판불변의 법칙이 괜히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하은선 / H 매거진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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