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말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명제이다. ‘사람 인’(人)자 역시 두 사람이 서로 기대고 있는 모습으로 서로 의지하고 살아야만 하는 인간의 운명을 표현하는 듯하다. 그런데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사람이 무섭다’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사람과 관련된 각종 불상사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사건사고 취재를 위해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LAPD 올림픽경찰서를 자주 찾는 편이다. 경찰서를 방문할 때 마다 경관 및 수사관들에게 “한인들은 왜 힘든 이민생활을 하며 서로 속이느냐”는 질문을 받아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올림픽 경찰서에 따르면 매일 3~5명의 한인들이 신분도용 사기 피해를 신고하러 경찰서를 찾아온다. 같은 한인에게 피해를 당했다며 경찰관에게 사기범을 꼭 체포해달라고 부탁하며 울먹이는 피해자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한인사회에서 이 같은 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는 상대방을 너무 쉽게 믿고 신뢰하는 한인들의 특성 때문이다.
한인 김모씨는 얼마 전 다운타운에서 꽤 크게 의류사업을 하는 절친한 친구에게 10만달러를 빌려줬다가 큰 낭패를 봤다. 경기침체로 비즈니스가 어렵다며 도움을 요청한 친구를 믿고 계약서 작성절차를 생략하고 돈을 빌려준 것이 문제였다. 적잖은 돈을 받아 챙긴 김씨의 친구는 돈을 가져간지 얼마 되지도 않아 파산을 신청했고 이후 연락이 두절돼 김씨는 지금까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또 다른 한인 장모씨는 서류미비자인 고교동창 친구가 미국에서 차량을 구입할 수 있도록 소셜시큐리티 번호 등 신상정보를 넘겨줬다 신분도용 사기 피해를 당했다. 절대적으로 신뢰했던 친구가 장씨의 이름으로 크레딧카드를 발급 받아 마음대로 사용한 사실을 발견, 두 사람의 관계는 풍비박산이 났다. 그런가 하면 철석같이 믿었던 건물 관리인이 직장에서 절도행각을 벌이고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 잘 알려진 여행사가 특정 관광 상품을 고객들에게 판매한 뒤 여행을 실시하지 않고 하루아침에 업소 문을 닫아버리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상대방의 절대적인 신뢰를 이용해 사기행각을 벌이는 것도 문제지만 이런 악순환이 주류사회를 비롯한 타인종 사회에 한인사회의 얼굴로 비춰지는 것은 훗날 큰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인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신뢰를 이용한 사기를 예방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는 것도, 계약서 작성은 생략한 채 돈을 선뜻 빌려주는 것도 모두 자제해야 할 행동들이다.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신뢰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등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인사회가 힘을 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승진 /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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