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동네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했던 탁모씨는 17년 전 폭동 당시 BOA에서 받았던 지원에 대한 고마움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시 왓츠의 가게가 전소돼 망연자실하고 있던 탁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BOA 산하 커뮤니티 개발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다.
그런데 이 은행은 별 기대도 하지 않았던 5만달러를 신청 2주 만에 내주었다. 조건은 3년 거치에 연리 5%로 7년에 걸쳐 상환하는 아주 파격적인 것이었다. 3년간 아무런 부담 없이 돈을 쓸 수 있었던 탁씨는 상환을 시작하면서 은행 측에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저는 귀 은행에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이 편지를 씁니다. 폭동으로 모든 것을 잃고 난 후 희망까지도 잃었습니다. 그러다 귀 은행에서 대출을 해 준다는 얘기를 우연히 듣고 신청을 했는데 즉각 5만달러를 내주더군요. 저는 이 돈으로 비즈니스를 다시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그 시기를 놓쳤더라면 저는 아주 큰 어려움에 처했을 겁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편지를 보낸 며칠 후 탁씨는 20년 거래한 한인은행에 3만달러 신용대출을 신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매몰찬 거부였다. 그는 “아무런 담보 없이 선뜻 도움의 손길을 건네던 미국 커뮤니티 은행과 대조가 되더라”며 “진정한 커뮤니티 은행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은행은 말 그대로 커뮤니티와 함께 성장하는 은행이다. 커뮤니티 은행으로 분류할 수 있는 군소은행들은 미 전역에 8,000여개에 달한다. 미 전체 은행자산 중 군소 은행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12%에 지나지 않지만 스몰비즈니스들을 위한 100만달러 미만 대출의 3분의1이 군소은행들을 통해 이뤄진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대형 은행의 문턱을 넘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스몰 비즈니스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젖줄이다.
한인사회가 경제적으로 급성장한 데는 커뮤니티 은행들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한인 은행들이 초기의 단일지점 형태에서 벗어나 점차 커지면서 초심을 잃는 모습을 보여 온 것이 사실이다. 소액보다는 단위가 큰 대출에 치중하면서 잠재적 위험을 키워왔다. 지금의 위기는 여기에서 초래된 측면이 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2일 커뮤니티 은행 관계자들을 백악관으로 초치해 스몰 비즈니스들을 위한 적극적인 대출을 당부했다. 스몰 비즈니스들에 필요한 자금 지원이 이뤄져야 고용이 이어지고 그래야 경제가 되살아 날 수 있다는 인식의 표현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공감을 나타내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당국의 감독과 규제에 따라 자기 자본을 높이고 대손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입장에서 대출을 마구 늘리기는 힘들다는 하소연이었다. 대통령도 고개를 끄덕였으니 어떤 식으로든 숨통을 터줄 것이라는 기대가 고개를 든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것은 은행의 자세이다. 사실 예금이 줄고 정부 규제가 강화돼 대출이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인식을 바꾸어 본다면 대출이 이뤄져 비즈니스들이 살아나야 예금도 늘고 이익도 발생하는 것이다.
적기에 은행 지원을 받기만 하면 살아날 수 있는데도 그렇지 못해 휘청거리는 업소들이 적지 않다. 이런 업체들을 위해 은행이 대출해 줄 수 있는 것은 몇 푼의 돈이 아니라 희망이다. 탁씨가 보낸 것과 같은 감사의 편지가 날아드는 은행들이 많아져야 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