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통은 헌법기관이다. 1980년 전두환이 만든 헌법 68조에 평화 통일 정책 자문회의를 만든다는 규정이 들어가 있으며 이에 따라 설립됐다. 1987년 민주화 항쟁으로 전두환 헌법이 폐기되고 대통령 직선제의 새 헌법이 만들어졌지만 평통은 새 헌법 92조에 의거,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로 이름만 바꿔 살아남았다.
이름을 봐서 알 수 있듯이 이 기구의 목적은 평화 통일에 관한 정책을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것이다. 그런데 생긴지 30년이 되어가는 이 단체에서 대통령에게 어떤 평화 통일 정책을 건의했는지 아는 국민은 거의 없다. 그 까닭은 이름과는 달리 이 단체의 실제 탄생 목적이 정권 비호 세력을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동네 유지 가운데 이 명함을 하나 가지고 있으면 대통령이 의장으로 있는 기구에 속해있다는 이유로 대접을 받을 수 있었고 그 결과 이 자리를 노리고 정부에 잘 보이려는 사람들이 생겨났으며 집권자 입장으로서는 이런 사람들이 있어 나쁠 것이 없었던 것이다. 이는 독재 정부는 물론이고 민주화가 된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변함이 없었다.
이런 현상은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두드러졌다. 이것저것 직책이 많은 한국과는 달리 주류 사회에 동떨어진 이민자 소수계 사회에서 사는 한인들은 비즈니스를 해 돈을 좀 벌어도 ‘누가 좀 알아주는 맛’을 보기 힘들다. 기껏해야 무슨 교회 장로나 이름 모를 숱한 단체장을 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에 비해 평통위원은 1년에 한번 청와대에 가 대통령을 만나고 한국 가면 대접받는 맛까지 곁들인 이민 사회를 대표하는 명예직이다. 무슨 행사에 가 보면 평통회장은 한인회장과 총영사와 함께 ‘3부 요인’처럼 모셔진다. 해마다 임기가 끝나면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쓰고 투서까지 해가며 남을 떨어뜨리려는 사람이 나오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런 명망에 비추어 그 동안 개개인 평통 위원들이 보여준 모습은 기대 이하다. 공금을 자기 돈처럼 쓰는가 하면 총영사와 밥을 먹다 술잔을 던지지 않나 최근에는 회장 후보 물망에 올랐던 한 인사가 신문 지상을 통해 현직 회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경고장을 받기도 했다.
거기다 이번에는 명색이 부회장이라는 사람이 홀인원 부상인 다이아몬드에 눈이 어두워 하지도 않은 홀인원을 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들통이 나는 바람에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국회 외교통상위는 내년 해외 평통 예산을 올해보다 300% 늘린 120만달러로 증액하기로 했다고 한다. 해외 한인이 참정권을 갖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평통 회원 수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자격 미달에 명예욕에만 눈이 어두운 인사가 많아졌다는 우려가 일고 있는 가운데 예산이 많아지면 이를 둘러싼 잡음도 커질 것이 뻔하다. ‘평통이 병통’이란 소리가 자꾸 나오지 않도록 평통 지도부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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