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대전 직후 일본은 폐허나 다름없었다. 거듭된 B-29의 폭격으로 도쿄 시내는 성한 건물이 별로 없었다. 한 때 세계 전자업계를 주름잡았던 소니는 폭격으로 망가진 백화점 건물 한 구석에서 탄생했다. 와세다대 졸업생인 이부카 마사루가 1945년 이곳에 자그마한 라디오 수리점을 열었고 다음해 모리타 아키오가 가세하면서 도쿄 전신공업회사가 생겨난 것이다. 이것이 소니의 전신이다.
한동안 허덕이던 소니의 운명을 결정지은 것은 트랜지스터 라디오다. 미국 여행 중이던 이부카가 벨 연구소에서 트랜지스터를 만든 것을 보고 라이선스를 따낸 것이다. 당시에는 무겁고 불편한 진공관 라디오가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그 대신 트랜지스터를 이용하면 가볍고 편리하며 값싼 라디오 생산이 가능하다는데 그는 착안했다. 소니가 문을 연 트랜지스터 라디오 시장은 1955년 10만대에서 1968년 500만대로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이와 함께 소니는 가전제품의 대명사로 브랜드 이미지를 굳혔고 향후 50년간 전자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게 된다.
소니가 느긋하게 선두주자의 자리를 즐기고 있는 동안 삼성과 LG 등 한국기업들은 일반 TV보다 해상도가 뛰어난 고화질(HD) TV 개발에 전력투구했다. 미국에서 첫 HDTV 방송이 이뤄진 것은 90년대 후반이지만 이것이 일반화 된 것은 불과 수년전이다. 4년 전까지 HDTV를 갖고 있던 미국 가정은 1,000만 가구에 불과했지만 작년 말 이 숫자는 4,000만 가구로 늘어났으며 앞으로 4년 후에는 다시 2배로 뛸 전망이다.
모든 미국 가정에 HDTV가 들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봐도 된다.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폭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40인치 이상 대형 HDTV 가격은 불과 1년여 사이 1/3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보통 HDTV보다 더 얇고 더 선명하며 전기도 덜 쓰는 LED TV까지 나왔다. 차기 TV 시장의 주도권은 LED TV가 쥐리라는 것은 이제 누가 봐도 명백하다. 이 LED TV를 처음으로 대량생산하면서 이 분야를 석권하고 있는 것이 삼성이다. 삼성이 소니를 제치고 세계 1등 전자제품 메이커로 대접받고 있는 것은 이처럼 앞을 내다보는 안목과 과감한 투자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극심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올 연말 HDTV와 고화질 DVD인 블루레이 플레이어의 판매는 늘고 있다. 어디 멀리 갈 것 없이 집에 앉아 깨끗한 화질로 영화를 보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나쁘면 영화관 수입이 올라가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일찍이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삼성과 그 뒤를 이은 LG는 1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는 세계적인 장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을 늘리며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리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런 기업이 있는 한국의 앞날은 낙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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