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이민 온 한인들은 ‘캐비지 패치 키드’라는 인형을 기억할 것이다. 크리스마스 때면 아이들의 성화에 견디다 못해 장난감 가게에 몰려나온 부모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물건이 동나 사지 못한 아이들이 울고불고 아우성 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양배추 머리를 한 별 것도 아닌 이 인형 판매 회사는 많이 벌 때는 한 해 20억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그 몇 년 후에는 ‘티클 미 엘모’와 ‘포케몬’ 장난감이 비슷한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재작년부터 시작된 세계적 불황 탓인지 지난 1~2년간은 이런 히트 상품이 없었고 부모들도 아이들 등쌀에서 잠시나마 해방될 수 있었다.
그러나 부모들의 호시절은 끝난 것 같다. 올해는 이들에 맞먹는 장난감 열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생쥐를 닮은 ‘주 주’ 햄스터가 그것이다. 중국말로 ‘새끼 돼지’를 뜻하는 ‘주 주’는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 본부를 둔 영세 회사 세피아의 작품이다.
35년간 장난감 업계에 종사해 온 러셀 혼스비는 2002년 두 딸과 함께 자기 집 지하실에서 이 회사를 시작했다. 작년까지 영업 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온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뭔가 히트 상품을 만들어낼 수 없을까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떠오른 것이 햄스터였다. 디즈니가 생쥐로 떼돈을 벌 수 있다면 햄스터는 왜 안 되느냐는 것이었다.
쥐를 닮은 이 동물은 미국에서만 4,500만 마리가 애완용으로 길러지고 있는 인기 품목으로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단지 부모들은 먹이를 주고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죽으면 우는 아이들과 함께 집 뒤뜰에 묻어줘야 하기 때문에 별로 반기지 않는다.
실물을 꼭 닮은 로봇 햄스터인 ‘주 주’는 먹이를 줄 필요도, 치울 필요도, 묻어줄 필요도 없다. 하는 짓도 진짜와 너무 똑같고 색깔도 여러 가지며 하나하나마다 개성이 있다. 가격도 개당 10달러 이하다.
혼스비의 이 전략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아직 크리스마스가 2주나 남았는데도 이미 600만 마리가 팔려나갔다. 가게마다 품절이고 물건이 들어왔다는 소문만 나면 부모들이 새벽부터 장사진을 친다. 인터넷에서는 얼마 전까지 정가의 6배가 넘는 60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고객들의 아우성 때문에 요즘은 생산 공장이 있는 중국에서 매일 비행기로 공수해 오는데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
1월 달이나 돼야 충분한 물량이 마련될 예정이고 그 때쯤이면 가격도 정상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이지만 그 때까지 참고 기다려줄 아이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한 때 미국을 주름잡던 ‘캐비지 패치 키드’ 열풍도 결국은 사라졌고 이를 만들던 콜레코 회사는 파산했다. ‘주 주’도 언젠가는 비슷한 길을 가겠지만 당분간은 아닌 것 같다. 올 겨울 많은 부모들이 햄스터 때문에 시달리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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