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할리웃 데뷔작 ‘닌자 어쌔신’이 미국 개봉 1주 만에 약 2,4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제작비가 4,000만 달러이니 ‘절반의 성공’이다. 한국배우들의 해외진출이 눈부셨던 올해 ‘닌자 어쌔신’이 기분 좋게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전지현, 이병헌, 다니엘 헤니 등 한국배우가 출연한 영화들은 흥행성적도 나쁘지 않다. 박스오피스 모조닷컴의 집계에 따르면 1억7,5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이병헌의 ‘지.아이.조’는 미국 1억5,000만 달러, 해외 1억5,000만 달러의 극장수입을 올렸다. 한국의 극장수입은 1,300만 달러가 넘는다. 이병헌의 힘이다.
홍콩 제작자가 3,500만 달러를 들인 전지현의 ‘블러드’가 해외 수입 547만 달러(한국 54만 달러)에 비해 미국에선 26만 달러에 그쳐 저조한 성적을 보였지만, 전 세계 액션영화팬들에게 지아니 전(전지현의 영어명)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병헌은 ‘지.아이.조’ 속편에 출연할 예정이고, 비 역시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계약서 서명을 남겨두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닌자 어쌔신’의 아시아 흥행성적을 지켜본 후 최종결정을 내릴 모양이다.
어차피 비가 일본 닌자에 캐스팅된 것도, 이소룡의 복근을 연상시키는 포스터도 혹시나 미국 내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 아시아 시장을 기대하겠다는 의도가 아니었는가. 할리웃 스튜디오가 비를 선택한 이유다. 비라는 배우가 지닌 아시아 시장에서의 티켓 파워, 그러니까 아시아 대중 문화권을 장악한 한류 스타의 힘을 확인하는 것이다.
어쩌면 ‘절반의 성공’이란 표현은 잣대를 너무 낮춘 결과인지 모른다. 한국배우들의 해외 진출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나 자신은 솔직히 이들이 출연한 영화들을 한 편도 끝내질 못했다. 하필이면 개인적으로 가장 꺼리는 장르, 유혈이 낭자한 액션이나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혼을 빼놓아 몰입을 방해하는 장르만 골라서 출연한 건지 안타까울 뿐이다.
게다가 할리웃 제작사가 만든 영화 포스터는 한국, 아니 아시아의 스타들을 왜 ‘얼굴 없는 배우’로 만들어 놓았는지 상심의 정도를 말로 다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 배우들의 부족한 영어대사 전달력을 강도 높은 액션으로 만회하며 기울인 노력은 높이 살만하다.
액션이든 공포영화든 한국 배우들이 아시아 스타에서 할리웃이 인정하는 월드 스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래야 한국 영화사가 할리웃 진출을 할 때 단지 자본 투자만 아니라 배우와 감독, 스텝 등 사람을 투자할 수 있다.
세상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당연히 일이 잘 되게 하려면 사람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이라도 사람만이 희망이기 때문이다.
하은선 / H 매거진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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