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그곳이 인도라고 철썩 같이 믿었다. ‘신세계’의 들판에 꿩 같기도 하고 공작 같기도 한 이국적 새를 발견하자 그는 ‘터카’라고 불렀다. ‘터카’는 인도 말로 ‘공작’. 칠면조가 ‘터키’로 불리게 된 것은 콜럼버스의 인도어 실력 덕분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올해도 백악관에서는 칠면조 사면 행사가 열렸다. 매년 추수감사절 때마다 미 전국에서는 근 5,000만 마리의 칠면조가 먹음직스럽게 구워져 식탁에 오른다. 이들 칠면조 중에서 천운을 타고난 한 마리, 때로 두 마리가 대통령의 사면으로 여생을 보장받는 것이 사면 행사다. 수천만 마리를 먹어치우면서 한두마리를 상징적으로 살려주는 인간들의 아이러니다.
대통령의 칠면조 사면은 1947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국 칠면조연맹(NTF)이 추수감사절 만찬용으로 칠면조를 기증하자 트루먼은 이를 요리하게 하지 않고 살려두었다고 한다.
NTF는 이후 매년 추수감사절 때마다 백악관에 칠면조를 보내왔는데, 모든 대통령이 이를 살려준 것은 아니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두 번 임기 내내 그 칠면조들을 요리해 먹었다. 칠면조 사면이 공식행사로 자리 잡은 것은 1989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부터였다.
그런데 알고 보면 칠면조 사면의 원조는 트루먼이 아니었다. 그 보다 83년 전 에이브라함 링컨 대통령이 칠면조를 사면했었다. 당시 크리스마스 만찬용으로 칠면조가 들어왔는데 대통령의 아들 태드가 애완동물처럼 좋아했다. 아들이 ‘잭’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며 흠뻑 정을 쏟자 링컨은 칠면조를 ‘먹자’고 할 수가 없었고 ‘잭’은 한동안 백악관을 누비며 ‘퍼스트 터키’로서의 삶을 누렸다.
칠면조로서 천수를 누리는 이런 행운의 주인공은 갑자기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4월부터 추려지기 시작한다. 미국에서 칠면조를 가장 많이 사육하는 노스캐롤라이나 농장에서 갓 부화한 수컷 칠면조 2,500마리 정도가 쾌적한 환경에서 특별히 길러진다.
그리고는 8월, 몸무게가 25파운드 정도 되면 그중 튼실한 녀석들 6마리가 뽑힌다. 이들을 NTF 회장이 별도 건물에서 따로 보살핀 후 가장 탐스럽고 잘 생긴 칠면조를 골라 백악관으로 보내는 것이다.
8월부터 11월말 사면 때까지 이들 칠면조는 특수 훈련을 받는다. 사람들과 친해지는 훈련이다. 사면 행사 중 대통령이 연설하고 행사 참석자들이 떠들고 사진기자들이 사진 찍고 아이들이 만지고 해도 칠면조가 놀라지 않고, 점잖게 품위를 지키는 것은 그런 환경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서너달 동안 칠면조 사육장에는 정장 비슷한 감청색 긴소매 옷을 입은 사람들이 수시로 들락거리고 이야기를 나누며 행사장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백악관에서 사면을 받은 ‘올해의 칠면조’의 다음 행선지는 디즈니랜드. 디즈니랜드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 그랜드 마샬로 참석한다. 그리고 나면 디즈니랜드 내 프론티어랜드의 빅 선더 랜치에서 느긋하게 여생을 마친다. 사람이나 칠면조나 타고난 팔자가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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