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보 희망캠페인 - 구세군 자선냄비 봉사자
‘딸랑 딸랑~’ 매년 이맘때가 되면 들려오는 종소리가 있다. 바로 구세군 자선냄비 봉사자들이 흔드는 사랑의 종소리다. 쌀쌀한 겨울바람이 불어도, 짙은 어둠이 내려앉아도 구세군 자선냄비는 같은 자리를 지키며 따뜻한 나눔의 손길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 옆에는 늘 밝은 미소의 한인 봉사자들이 있다. 하루 8시간을 꼬박 서 있어도 크리스마스 캐롤에 맞춰 종을 흔들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그들. “불우한 이웃을 도웁시다”며 빨간 종을 흔드는 구세군 자선냄비 봉사자들을 만나봤다.
10대 고교생부터 80대 노인까지 한달간 활동
추위 속 빨간 종 흔들며 “불우한 이웃을 도웁시다”
꼬깃한 지폐 넣던 홈리스·동전봉지 주던 백인 노인
사랑 담는 빨간 냄비엔 잊지못할 사연도 ‘수북’
연말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구세군 자선냄비는 지역 구세군 교회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LA 한인타운에는 구세군 나성교회(김옥균 사관)가 있다. 2009년 자선냄비는 20일 한인타운에 첫 선을 보여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24일까지 불우한 이웃을 돕기 원하는 사랑의 마음을 모으게 된다.
올해 89세인 김순애 할머니는 5년 전까지 약 20년간을 봉사자로 활동했다. 80세가 넘어서까지 봉사 일을 한 셈이다. 자원봉사자 누구에게나 추억의 사건이 있는 것처럼 김 할머니에게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 봉사자로 활동한지 몇 년 되지 않았을 때 한 마켓 앞에서 딸랑딸랑 종을 흔들고 있는데 한 백인 할아버지가 손짓을 하더라는 것.
가까이 다가갔더니 비닐봉지 가득 담은 동전을 “추운데 애쓴다”면서 김 할머니에게 건넸다. 김 할머니는 “그 마음이 너무도 고마워서 오래도록 잊히지가 않는다”고 회상했다.
오래도록 자선냄비 곁을 지키다 보면 꼭 그렇게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다. 귀여운 남매가 걸어와 각각 지폐를 넣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50달러짜리였던 일, 같은 마켓 앞에 있다 보면 매번 장을 보고 나오며 작은 돈이라도 꼭 넣고 격려의 인사를 덧붙이는 아주머니, 자신도 어려운 상황인 홈리스가 꼬깃꼬깃한 지폐를 꺼내 냄비 속에 넣던 일에 이르기까지 김동숙(60)씨와 김옥례(71)씨가 기억하는 고마운 사람들도 참 많다.
양선자씨는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선냄비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종을 흔들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 지도 모르게 시간이 빨리 간다”며 “올해는 모두가 어렵다고 하지만 사랑의 종소리에 더 많은 한인들이 귀를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봉사자 지원부대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김용희(28)씨는 코리아타운 갤러리아와 한남체인, 가주마켓, 글렌데일 한국마켓, 김스전기, 정스프라이스에 설치된 자선냄비를 지원하는 악단이다. 지난해에는 봉사자가 많아서 15~20명의 악단이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줬지만 올해는 숫자가 줄어 예년만큼 화려한 음악을 들려주지 못할 것 같아 아쉽단다. 그래도 자선냄비에 더 많은 정성이 모일 수 있도록 봉사자들을 도와 신나는 음악을 연주할 계획이다.
김씨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한인들이 어려운 형편에 있는 사람들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된 것 같다”며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을 더 많이 알게 된 만큼 자선냄비에 대한 관심도 더 많아 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선냄비 봉사를 하는 학생들은 처음엔 부끄러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용기도 생기고 재미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련경(21)씨와 김동미(그랜트 고등학교 11학년)양은 “어린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이끌어 모금을 하자고 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며 “구세군 자선냄비를 통해 모두에게 따뜻한 겨울이 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동희 기자>
구세군 자선냄비 한인 봉사자들이 모여 사랑의 종을 흔들며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일에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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