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은 파고 만나.. 통화.인권문제 진전 없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일 한국에서 아시아 순방의 마지막 일정을 보낸 가운데 미국 주요 신문들은 그의 일본, 싱가포르, 중국 방문에 대해 예의 가족사에 대한 얘기 보따리를 풀어놓고 아시아 대중들과 소통한 것 외엔 구체적인 성과가 없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은 19일자 서울발 ‘오바마의 태평양 여행, 높은 파고를 만나다’를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의 첫 번째 흑인 대통령의 방문이라는 색다름은 통화정책(중국), 통상(싱가포르, 중국, 한국), 안보(일본), 대륙을 타고 앉은 800파운드 고릴라(중국)라는 난제를 헤쳐나가야 하는 현실에 밀려난 채 오바마의 아시아 여행은 여러 면에서 길고도 가파른 고갯길이었다고 총평했다.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가운데 중국 방문을 가장 험난한 여정이었다고 지적했다.
대중과 소통을 트레이드 마크로 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평소엔 관광객들로 들끓지만 중국 당국의 통제로 인해 유령도시처럼 텅빈 자금성과 만리장성을 관광한 일을 비롯해 중국의 자유주의자나 언론자유 운동가는 물론 일반인과의 공개면담 일정도 갖지 못하고 대학생들과의 타운홀 미팅마저 공산당원들로 채워진 사례 등을 가리켜 오바마 대통령의 일정이 하이재킹 당했다고 표현했다.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에서 (했어야 하지만) 하지 않은 일들을 열거하면서 그가 중국 당국의 인터넷 검열이나 언론통제를 완곡하게 비판하긴 했으나 중국 정부를 규탄하기는커녕 언급조차 없이 그렇게 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이란문제와 중국의 통화정책, 인권 문제 등에 대해 별 진전이 없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일본 방문에 대해서도 신문은 사람들이 빗속에서도 그를 보기 위해 모여들어 오바마상!이라고 외치며 환영했으나 오바마 대통령은 곧 아시아 거리에서의 인기가 반드시 정책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님을 깨닫게 됐다며 주일미군 기지 등의 현안에서 성과가 없었음을 지적했다.
다만 한국은 북한문제와 같은 이슈들에서 미국과 협력해온 오랜 동맹으로서 딴 마음이 없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에게 아마 가장 쉬운 여정이 될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워싱턴 포스트도 오바마 대통령이 중동과 아프리카 방문 때처럼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도 가족사 얘기를 풀어놓는 방식으로 아시아인들과 소통하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 언제나처럼 인기를 누린 것처럼 보이나 이러한 ‘전기 외교(biography-as-diplomacy’가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는가라고 물음을 제기했다.
이 신문은 `오바마의 이야기가 아시아를 적시다’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오바마가 어떤 큰 현안의 돌파책도, 아시아지역 지도자들과 개인적 유대를 더욱 강화했다는 어떤 증거도 없이 귀국길에 오른다며 이같이 말하고 일반 대중들과의 소통면에서도 카이로 연설 때와 같은 반향이 없었음을 지적했다.
신문은 아시아가 지역 전체로는 다양성을 띠지만 개별 국가 차원에선 인종적으로 동질적일 뿐 아니라 다양성을 경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의 유엔 같은 가계가 미국에서만큼 감동을 일으킬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곁들였다.
미국평화연구소(USIP)의 한반도 전문가 존 박 연구원은 아시아인들은 경제발전과 사업의 기준으로 평가한다며 그들은 최고경영자(CEO) 타입을 좋아한다. 유럽에선 성품과 언명에 프리미엄이 붙지만 아시아에선 업적이 전부다고 말하고 사람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업적을 이룰지 매우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이날 또 ‘오바마, 중국에서 질문을 받기보다 의문을 남기다’라는 제목의 별도 기사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달리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기자회견을 갖지 않은 것을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국내에서처럼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도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심문’을 받기보다는 개별 방송사들과 1대 1식 ‘친밀한’ 인터뷰를 통해 주요 정책 문제에 대해선 피상적으로만 답변하고 몸 무게는 줄지 않았느냐는 질문만 받았다며 이런 류의 질문이라면 중국의 후 주석도 언론과 얘기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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