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에 와서 일부 광고가 상식선을 넘어서고 있다.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내년도 노벨의학상은 한국인 차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첨단 의술로도 치료가 어려운 각종 질병을 짧은 시간 내에 완치시킨다는 약이 있는가 하면 간단한 시술로 아름다운 얼굴과 각선미 좋은 미인을 만들어 준다고도 한다. 심지어 약 없이도 병을 쉽게 고칠 수 있다고 연일 대문짝만하게 선전을 하니 노벨의학상은 따 놓은 당상이 아니겠는가?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그렇게 해서 노벨상을 받은 수상자가 제대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의사, 간호사는 물론 약국, 학교 그리고 여러 관련업체에 밥줄을 매달고 사는 사람들이 사생결단하고 그 수상자를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진시황이 꿈꾸었던 불로장생의 세상이 도래했으니 이제까지 살아온 보람이 있다고나 할까.
근자에는 과거와 미래를 훤히 내다보며 운수대통하게 만들어 준다는 도사님들까지 광고에 나서고 있다. 광고만 보면 앞으로 세상근심 모두 사라지고 천년만년 살게 되었으니 바야흐로 천국과 극락이 현실로 다가온 느낌이다.
세상이 혼탁할수록 사이비와 가짜가 많이 생겨나는 법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지중에 저지르는 거짓도 잘못이거늘 하물며 고의적으로 속이는 행위는 죄질이 클 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경제적 손실과 치유기회마저 놓치게 만드는 이중의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더구나 속임수는 서로 불신감을 주어 결국 사회를 병들게 만든다. 옛날 같으면 혹세무민하는 자는 반사회적 범죄로 극형에 처하였다. 그들이 남을 속이는 이유는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저의가 있기 때문 이다.
본래 유능한 의사나 좋은 약은 그렇게 광고에 힘을 쏟지 않는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저절로 입소문이 퍼져서 이름이 나게끔 되어있고 고객들이 찾기 마련이다.
이런 간단한 이치만 알고 있어도 사기 같은 광고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터인데 너무 건강에 예민해서인지 순진해서인지 계속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이 발생하고 있다.
남을 속이는 일은 의료행위나 약품판매 같은 상거래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그럴듯한 언행과 타이틀로 위장하거나 멋진 칼라로 포장된 인간들이 함께 살고 있다. 그래서 사람의 겉모양만으로 그 됨됨이까지 믿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 또는 연암 박지원의 소설 ‘호질’에 나오는 양반과 같은 이중인격자들이다. 그런 인간일수록 그럴듯한 말과 미사여구로 남을 현혹시키는 재주가 있다.
그들은 자신의 실체를 감추기 위해 자기 보다는 남의 말, 남의 단점을 더 들추고 다닌다. 세상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남을 속이는 사람들이 없어지지 않는다. 아니, 내가 바로 그런 자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없다.
다른 사람에게 가을의 아름다움을 말해주려고 애쓰지 말자. 그들도 벌써 충분히 느끼고 있을 테니까. 다른 사람에게 가을의 의미를 심어주려고 힘쓰지 말자. 그들도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대신 이번 가을에는 나를 덮고 있는 포장지를 벗기는 작업, 내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도록 하자. 가을은 지난 1년 동안 내가 한 일들이 아니라 바로 내 자신을 거두는 계절이다.
조만연 / 수필가·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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