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여러모로 특이한 나라다. 생긴 지는 200년 남짓한 젊은 나라지만 오래된 것도 많다. 그 중 하나가 민주주의 제도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백 개 나라 중 미국보다 오래 민주주의를 해 온 곳은 없다.
또 하나는 정당의 역사다. 미 합중국이 출발했을 때 강력한 중앙 정부를 지지하는 연방당과 지방 분권 및 주의 권리를 주장하는 민주 공화당이 있었다. 독립 선언서를 초안한 토마스 제퍼슨과 미 헌법을 만든 제임스 매디슨이 세운 이 정당은 뒤에 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이 바로 이 민주당이다.
현재 야당으로 있는 공화당은 남북 전쟁 직전 만들어져 첫 대통령으로 에이브러험 링컨을 탄생시켰다. 남북 전쟁이 일어난 것이 1861년이니까 지금으로부터 거의 150년 전이다. 민주당보다는 몇 십 년 짧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역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 정당이 생겼다 사라지는 많은 나라들과 질적으로 다르다.
이런 양대 정당의 존재가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안정된 사회로 만들고 있다. 다음 번 선거에서 누가 대통령이 될지는 모르지만 공화 아니면 민주 둘 중의 하나라는 점만은 틀림없다. 의회 다수당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도 제3당 후보가 혜성 같이 나타나는 수는 있지만 거의 100% 혜성처럼 사라지고 만다고 봐도 된다.
그럼에도 한 정당의 집권이 오래 되면 나머지 정당은 끝났다는 주장이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반복된다. 2000년 선거에서 연방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대선에서 승리하자 이제 민주당은 끝났고 보수파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불과 몇 년 후 이라크 전의 장기화와 함께 미국 발 금융 위기가 덮치자 공화당은 연방 상하원은 물론 백악관마저 내줘야 했다.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1920년대 백악관과 의회를 10년 이상 장악했던 공화당은 대공황으로 그 후 20년 간 연방 상하원과 백악관을 민주당에 내줘야 했다. 특히 돈 줄을 쥐고 있는 연방 의회는 1994년 공화당이 탈환하기 전까지 장장 60년간 민주당의 독무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어떤 권력도 언젠가는 반드시 끝난다.
지난 3일 열린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는 공화당의 완승으로 끝났다. 둘 다 불과 1년 전 오바마가 압승을 거둔 곳이다. 이것으로 내년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할 것으로 점치는 것은 시기상조지만 민주당 전성시대가 영원히 계속되지만은 않는다는 경고임에는 틀림없다. 지난 번 선거에서 오마바에 열광했던 젊은 층과 독립 성향 유권자들의 민주당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뮐새 꽃 좋고 여름 하나니...”라는 말도 있지만 민주 공화 양당은 누가 나와도 자기 정당 후보를 찍는 고정 지지층을 갖고 있다. 언젠가는 의회 다수당의 자리도 백악관도 공화당이 차지할 날이 온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리더십 없이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줄수록 그 날은 빨리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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