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나지 않은 감동 / 어느 천주교인의 편지
여름의 마지막을 지나가는 한 저녁, 그 분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성당인 그곳을 찾아가는 마음도, 손에 쥐어진 주소가 적힌 입장권도 다 이상하리 설레었습니다. 어쩜 시작부터 성당에서의 스님의 소프라노를 듣는다는 건 그것부터 왠지 내속에서 꿈틀거리는 묘한 상상력과 호기심의 꼬드김으로 날짜를 기다리면서부터 모든건 내게 준비되어 있었든 것이었습니다.
시작을 알리는 성당의 종소리를 들으며 마음속은 조금씩 차분해지면서 어쩜 또 내게 오는 또다른 감사일 거라는 조바심을 누르면서 조금씩 조금씩 마음은 열려져 갔습니다. 수많은 종소리는 흩어져 있던 소음 속의 우리를 이끌었고 노스님의 낮고 깊은 곳에서 나오는 알 수 없는 소리는 내 안의 작은 것들을 하나씩 줄 세우면서 긴장하라고 보듬어 주셨습니다.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소리였지만 어쩜 오래 전 내 어미 뱃속에서 들렸던 그소리 같았습니다. 오히려 너무 몰라 자연스럽게 소리에 몰두하게 되었고 그냥 흐르는 그 흐름만 느끼려 했습니다. 마침내 자그마하면서도 커다란 한 분이 내가 평생을, 아니 태어나기도 전부터 나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돌아가셨던 그 분의 제대앞에 장삼을 걸치신 채 깊은 허리 숙여 절하면서 올라서는 모습을 보면서 어쩜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하면서 우리를 위해 3배를 올리는 그 분과 십자가에 계시는 두 분을 전 동시에 함께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 번도 가까이서 머리를 다 밀은 여자를 본 적도 없었으며 한 번도 상상하지도 않았었는데 그렇게 투명하게 또 그렇게 처연하게 아름다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가슴에서 저절로 나오는 한숨과 경의가 동시에 그리고 그 아름다움에 숨죽여 가만가만 높고 청아한 노래에 빠져 들면서 생각들은 나를 위한 여행을 떠나고 있었습니다. 노래를 귀로 들으려 하지 않았고 마음으로 그냥 느낌으로 가지려했었고 그 흐름을 따라 나의 생각도 함께 이 세상이 아닌 그 너머에 계시는 그 두 분이 이끄는 더 높은 곳을느끼려 내가 가진 것들을 내려놓고 어쩜 한바탕 소리내어 울고싶었습니다. 내가 가진 것만 최고라고 해본 적도 없었지만 내가 가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사랑과 궁금함을 가져 보지 않았던 부끄러움과 자책이 오가면서 어쩜 이거 때문에- 내가 이곳에서 이 분을 만나게 해줄려고 긴 인연의 줄을 이렇게 그 여름 저녁에 주셨던거 같았습니다. 인간의 본래의 순수함이 주는 깊은 존경심과 너무 맑아 어쩜 쨍! 하는 소리가 날 것 같은 아름다운 소리에 취해 나를 다시 씻고 다듬어 더 나은 세상을 보라는 넓은 축복의 한 저녁에 감사하면서 지금도 내 마음 속에 있는 그날 저녁을 한참이 지나서도 잊어버리지 않으려 합니다.
오래전 돌아가신 시어머님이 일요일 아침 성당에 가려하는 저에게 해주신 말씀이 어머님께서 믿으시는 부처님께도, 제가 믿는 하느님께도 우리가 모두 올리는 기도는 다 내 자식 잘 되게 해달라고 하는 똑같은 거니까 하나도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잘 믿고서 기도하라고 하셨습니다. 정율 스님이 들려 주셨던 향심가를 떠올리면서 그 날 그 분이 들려주셨던 많은 이야기들을 기억하면서 어쩜 세상은 모두 어머니의 마음처럼 살면은 높으신 하늘에 계시는 두 분이 원하는 세상과 인간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세상의 일들도 서로가 진심을 다해 정성으로 바치면 너무도 아름답고 감동스러울 수 있다는 깊고도 당연한 진리를 새삼 배우면서 이 모든 일을 위해 많은 수고와땀과 시간을 고스라니 더 나은 이 세상을 위한 든든한 밑거름으로 뿌리내리고 있음을 새삼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좋은 많은 것들을 하나도 아끼지 않고서 내게 스스럼없이 내주는 작은 부처님도 제 곁에 있습니다. 한 번도 얼굴의 찡그림을 본 적 없고 한 번도 남을 흉하는 걸 들은 적 없어 저절로 저에게 넓은 부처님의 염화시중의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친구입니다. 이제는 저도 그 마음 배워 더 넓은 마음을 가진 넉넉한 새 사람으로 살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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