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들의 호평 속에 연재돼온 새크라멘토 영화사 동진 스님의 칼럼 중 9월분 ‘끈끈한 정 때문에’가 불교면 담당기자의 한국출장 관계로 연결이 여의치 않아 제때 게재되지 못했습니다. 스님과 독자님들께 이 점 양해말씀 드리며 누락된 9월분 칼럼을 싣습니다. 스님의 칼럼은 추석 이전 게재를 전제로 쓰여진 것임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새크라멘토에 한국의 ‘서도소리’ 공연팀이 왔다기에 법회후에 신도들을 이끌고 공연장에 다녀왔다. 썩 내켜하지 않는 신도들을 공연비까지 대가며 이끌고 간 것은 이들이 한국 정서에 늘 목말라 함을 알기 때문이다.
인연법이겠지만 영화사 신도들은 거의가 한국을 떠나온지 2, 30년 된 사람들로, 오래전의 한국은 가물가물해서, 최근의 한국은 가본적이 적어 한국 사정에 어둡다. 그렇다고 미국사회에 쑥 들어가 그들과 잘 지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남의 나라에 산다는 것은 아무리 현지에서 잘 살고 있더라도, 어쩔 수없이 이방인일 수밖에 없음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이쪽에도 저쪽에도 확실히 속하지 못하는 설움과 외로움이. 웃고 있을 때도 만져진다.
미국사회에는 본토인이 아니니 당연하다 쳐도, 한국교포 사회에서도 그런 것은, 믿기 어렵지만 불자라는 것이 큰몫을 차지한다. 그곳이 어디든 한 집단이 힘을 발휘하는 것은 숫자의 크기다. 그 숫자가 돈이든 권력이든 이념이든, 우세한 쪽에 가담치 못하면 살기가, 많이, 외로워진다. 그래서 아마도 모두들 더더더, 많이를 외치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시대기에 부처님의 무소유 같은 가르침은 공감대를 끌어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불교 포교가 힘들다. 우리 신도들은 살면서 이러한 힘의 원리를 자주 맛본듯 하다. 대중이 모인 곳에 잘 가지 않으려 한다. 종교가 뭐길래, 이 미국땅에 와서까지 굳이 불교를 하겠다고 나선 그들이 늘 안쓰럽다. 이들이 확실한 종교관이 있거나 골수 불자도 아니어서 더 그렇다. 절에 오면 어릴 적에 본 한국이 느껴져서 온다는 사람들이다.
절은 이들에겐 일종의 고향 같은 곳이다. 차라리 뚜렷한 종교관이 있다면 어디 가서 불자라고 당당하지 못할 이유도 없거니와 작다고 위축될 일도 아닌 것이다. 어쨌거나 그들의 소외감도 어릴 적 추억에는 대적할 만한 것이 못되는가, 돌아올 때는 갈 때완 달리, 고향얘기며 동네에서 물장구치던 얘기며, 아이들처럼 재잘거리면서 기뻐했다.
비록 미국땅에 살아도 늘 마음 한자락은 저 한국의 고향에 걸쳐두고 사는 사람들. 도대체 이것은 무엇인가. 끈끈한 한국인의 정인 것이다. 그놈의 정 때문에, 동포가 구박하면 더 서럽고, 소외되면 더 아픈 것이다. 그 이유가 인격도 뭣도 아닌, 단지 종교가 달라서라면 더 그럴 것이다. 이들이 다시 고향 생각에 절절해질 시기가 돌아왔다. 곧 추석인 것이다. 한국의 고유 명절들은 이들의 그리움으로의 회귀를 도와줄 촉진제가 된다. 이때는 제대로 된 불자 만들겠다고 야단치고 가르치던 이 중의 칼날도 슬그머니 무디어질 수밖에 없다.
宗敎란 무엇인가. 글자 그대로 으뜸이 되는 가르침이다. 으뜸이 되는 종주가 부처님이라 믿어지면 불교인이요, 하나님이면 기독교인이고, 마호멧이면 회교도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단지 다름의 문제일 뿐,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옮고 그름을 따지는 순간 시비가 일게 된다. 모든 걸 떠나 우리는 한 민족 한 동포가 아니냐. 금번 추석만이라도 둥근 저 달처럼 하나가 되자. 고되면 고도는 메리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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