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올림픽은 스포츠에만 의미가 국한된 행사가 아니다. 특히 주최국으로서는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자국민들의 단합과 애국심을 이끌어 내는데 더 할 수 없는 도구가 된다.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정치적 효과 또한 엄청나다.
그래서 올림픽은 개최 도시의 명칭이 붙는 대회임에도 거국적인 유치 노력들이 펼쳐지는 것이다. 올림픽 개최지 결정을 위한 IOC 총회는 국가수반들 간의 치열한 로비 전쟁터로 변한다. 국가수반들의 로비는 대단한 효력을 발휘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6년 시카고 올림픽 유치를 위해 내일 국제올림피위원회(IOC) 총회가 열리는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떠난다. 오바마는 2016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게 될 이곳에서 부인 미셀과 함께 IOC위원들을 상대로 한 유치 로비를 벌이게 된다. 지난주 까지만 해도 오바마는 코펜하겐 행에 난색을 표했지만 시카고 올림픽 유치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오랜 친구이자 자문인 발레리 재릿의 요청을 받아 들여 막바지에 마음을 바꾼 것이다. 시카고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사실도 물론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의 코펜하겐 행은 정치적 위험을 안고 있다. 처음에 코펜하겐 행에 난색을 표할 때 댔던 이유처럼 오바마는 지금 의료개혁 등 산적한 난제들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자신의 고향인 시카고를 위해 대서양을 건너는 모습은 일부 국민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위험은 유치에 실패했을 경우다. 시카고와 함께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와 도쿄, 마드리드가 경합하는 이번 총회에는 오바마 뿐 아니라 브라질 대통령, 일본 총리, 스페인 국왕 등 각국 정상들이 모두 참석해 유치 활동을 벌인다.
지금까지는 시카고의 유치 확률이 가장 높아 보이지만 자칫 실패할 경우 오바마는 스타일을 구기는 것은 물론 의료개혁 등 문제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반대세력들에게 비난의 빌미를 제공하게 될 것이 뻔하다. 오바마가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올림픽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은 200억 달러를 넘어서는 경제적 수입과 미국인들의 자부심 고양 등 엄청난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국이 내년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결정됐다. 몇 십 년 전만 해도 아시아 변방의 조그만 나라였던 한국의 국제사회 내 위상이 올라갔음을 보여준다.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개최지 결정 후 정부와 일부 언론들이 “올림픽 유치에 버금가는 쾌거”라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고 있는 것은 보기에 불편하다.
올림픽 개최지 결정은 세계 언론들에게 예외 없는 빅뉴스이다. 하지만 G20 개최지는 별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국제회의 유치를 놓고 “국운 상승의 호기를 잡았다”느니 “헤이그 밀사의 치욕을 100년 만에 보상 받게 됐다”는 등 감격해 하며 만세 삼창까지 하는 것은 아무리 좋게 보더라도 오버다. 홍보에 더할 수 없는 호재라 하더라도 적당히 우려먹을 줄 아는 것도 지혜다.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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