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을 삭이는 데는 술 한잔
혼미를 씻어낼 때는 차 한잔
다선일미(茶禪一味)? 법정 스님은 전한다. “차의 고전인 육우의 다경에 울분을 삭이는 데는 술을 마시고, 혼미를 씻는 데는 차를 마신다”고.
초가을 문턱을 넘어선 9월26일 토요일 저녁(5-8시) 수선회 선방에서 제1회 북가주 다도회 첫모임이 있었다. 차를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북가주에서 20년 이상 차와 함께 생활해온 매니아 김동훈 거사을 팽주(차를 달여 나눠주는 사람)로 해 도란도란 모였다.
“차를 마심은 기다림입니다. 차는 시각, 미각, 후각, 청각, 촉각을 감상하면서 마십니다. 눈으로는 차의 빛깔을, 혀로는 차의 맛을, 코로는 싱그러운 향기를, 귀로는 차 솥에 끓는 물소리를 들으십시오.”
3시간동안 보이차(普耳茶, 중국 운남성에서 생산되는 후발효차)를 중심으로 차와 다식, 그리고 덕담을 나누었으며 2차로 저녁까지 함께하는 화기 넘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에 다반사(茶飯事)라는 말이 있습니다.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을 의미합니다. ‘극히 일반적이고도 당연한 일’ ‘예삿일’, ‘흔한 일’ 즉 무슨무슨 일을,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는듯한다는 뜻입니다. 국민들이 차를 즐겨 마시면 나라가 흥하고, 술을 즐겨 마시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김동훈 팽주는 차를 계속 우리면서 설명했다. “첫째는 좋은 물입니다. 그리고 차 종류에 따라서 물의 온도가 중요하죠. 녹차같이 전혀 발효되지 않는 차를 100도의 물을 그대로 부으면 생약성분을 모두 망가뜨리니. 녹차는 70도정도의 물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보이차나 흑차와 같은 후발효차는 100도로 물을 끓여서 뜨거운 물을 사용해야 합니다. 두번째는 차에 맞는 다구인데 한다관에 같은 종류만 쓰세요.”
그날 쓰인 다관은 팽주의 부인이 하루에 세번씩 일주일동안 삶아서 내놓은 것이라고 귀띔한뒤 팽주는 “세번째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마시는 사람”라고 운을 뗐다. 김 거사는 “97년 도미 당시 혼자서 보이차를 마실 때도 10년 후 이렇듯 같은 도반이 생기리라 상상조차 못했다”고 흐뭇해했다.
차 다관 잔 물 그리고 환경. 차를 마주하면 저절로 선정에 깊이 들게 한다. 팽주에 의해서 차 자리가 마련되고 나누어 마실 차가 결정되며, 차가 달여지고, 다관과 숙우와 잔이 결정되고 기타 모든 것이 디자인되고 진행된다. 차를 끓이고 다관을 부려 차를 마시면 몇사람이 마시든 누군가는 팽주의 역을 해야 한다. 팽주의 역할을 해본 사람만이 진정한 차맛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중국에는 ‘개문칠대사(開門七大事)’라는 것이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신접살림을 차릴 때 꼭 갖추어야할 필수품을 뜻하는데, 그것으로는 쌀, 땔감, 소금, 기름, 간장, 식초, 차 이렇게 일곱가지였습니다. 이것은 살림살이를 위한 필수품이었습니다. 그중에서 차는 다반사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일상에 깊이 뿌리를 내린 기호식품 이상의 필수품이었던 것입니다. 또한 참선의 여가에 마시는 차는 수마를 쫓아주고 맑은 정신을 되찾아 주기에 차는 참선 수좌의 필수품이라 아니할수 없습니다.”
쌍계사 조실 고산 스님은 저서 ‘다도의범’에서 밝히기를, 이러한 물리적 효용성에서 점차 발전되어 음다(飮茶)의 행위가 곧 수행을 통해 마음을 닦는 선(禪)의 경지와 다르지 않게 된 것이라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깨우침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들었던 차를 선다 (禪茶)라 일컫는다. 차를 선의 경지로 끌어올린 이는 조주선사이다. 일찍이 조주선사는 끽다(喫茶)가 곧 선종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기도 하다는 다선일여사상을 통해, 끽다법을 화두공안으로 삼은 바 있다. 그는 법을 구하며 찾아오는 이들에게 “차나 마시다 가게(喫茶去)”라는 말로 응대함으로써 ‘조주다’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오묘한 진리를 묻는 자리에서 조주선사는 일상적인 차생활을 말하고 있다. 끽다거는 차생활과 선수행이 둘이 아닌 다선불이(茶禪不二), 곧 선종에서 지향하는 실천다도로서 평상심을 일컫는 것이다. 이처럼 선사들은 단지 차를 좋아하고 즐겨 마시는 것 뿐만 아니라 차를 통해 깨우침을 주고 차를 마시는 행위가 곧 선수행과 다르지 않은 다선일여(茶禪一如)의 경지까지 나아간 것이나 다름없다.
김동훈 거사는 그날 저녁 10명이 무려 5갤런의 차를 마신 것을 확인시켜주면서 “우리가 어떤 음료를 이렇게 많이 마실 수 있나요? 저는 차를 통한 수행의 경지와 우리의 문화를 소중한 젊은이들과 불자 청년들을 초청하여,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라고 곁들였다. 선방에는 그날 밤 8시가 넘도록 맑음과 고요와 다향이 가득했다. 다도회 합류를 원하는 사람은 총무인 학산 거사(408-307-1074, 408-307-1074)에게 연락하면 된다.
<배경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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