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결코 드러나지 않는 것이 몇가지 있다. 신의 존재, 사람의 마음… 그리고 음악의 본질일 것이다. 아름다운 별빛, 밤하늘의 우주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가끔 신의 존재를 막연히 인식하곤 하지만 신은 만질 수도 결코 볼 수도 없는, 논리의 안개 속에서나 존재할 뿐이다. 작곡가 베토벤은 신의 광채를 인류에게 뿌리겠다고 결심했던 위대한 악성이었다. 베토벤의 위대함은 단순한 음률적 탐닉이 아니라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신의 존재를 음을 통해 담아내겠다는 그 숭고한 노력에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논리나 철학으로 감지할 수 없었던 이러한 신의 광채를 음악으로 감지하고 큰 감동을 느끼기도 했는데 특히 독일의 바그너 등은 베토벤의 음악에 크게 경도된 나머지 ‘베토벤 순례’라는 저서를 남겼고 베토벤의 음악을 구도의 모델로 삼기도 했다. ‘아베마리아’의 작곡가 슈베르트도 베토벤을 존경한 나머지 그의 무덤 옆에 묻히는 것을 유언으로 남기기도 했고, 로망 롤랑 등은 베토벤이야말로 위대한 음악가 그 이상이라고 했다. 베토벤의 어떤 면이 이러한 열렬한 경외심을 낳게 했을까? 바로 베토벤의 음악에 담긴 초월적인 힘… 신의 광채 때문은 아닐지…
인간은 태고이래로 음악을 즐겨왔다. 문자를 모르던 원시인들도, 아프리카 토인들도 음악만큼은 즐기고 희로애락을 표현해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음악이 무엇이냐고 물어온다면 막상 대답할 말이 많지 않다. 음악… music 이란 뜻은 원래 즐긴다는 어원이 있지만 음악은 즐거움뿐만이 아니라 삶의 모든 희로애락이 표현된 복잡미묘한 것이다. 승리와 기쁨… 좌절, 희망… 고뇌, 사랑… 이런 것들이 표현되어 감동을 주는 음악. 이러한 음악을 가리켜 베토벤은 모든 철학, 종교보다 드높은 신의 계시라고 했다. 음악의 이러한 초월적인 요소는 모차르트의 ‘요술피리(오페라)’에서도 잘 나타나 있지만 많은 음악가들은 실제로 음악을 잘 사용하면 세상의 모든 고통, 난관을 극복하고 행복의 나라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던 같다. 과장이 아니라 오토 클렘펠러와 같은 지휘자는 지휘도중 마비된 척추의 신경이 되살아나 벌떡 일어서는 놀라운 기적을 체험했고 카라얀은 이 신비한 음악의 힘을 병을 치료하는 놀라운 효과가 있다는 것으로 굳게 믿었다고 한다.
음악은 마음의 병을 앓던 많은 음악가들을 구원해 주기도 했는데 ‘환상교향곡’의 작곡가 베를리오즈는 실연의 아픔을 ‘(환상)교향곡’으로 극복했고 빚더미 속의 중풍병자였던 헨델을 구원한 오라토리오 ‘메시야’, 귀머거리 음악가 베토벤은 물론이요 가깝게는 영화 ‘피아니스트’, ‘미션’ 등에서 총칼을 무디게 하는 음악의 선율… 음악의 힘은 우리 도처에 널려 있다.
우리는 모두 우연하게 이 땅에 태어났다. 참으로 모순 된 것이 산다는 것이요, 신의 오발탄 같은 것이 삶이기도 하지만 불어오는 바람을 거부할 수 없듯, 삶의 삭막함 속에서 가끔 대기의 햇살처럼 마음의 창을 열고 무언가 음악이 들려올 때가 있다. 아집을 벗어나게 하고 자연의 한 부분이 되어 푸른 창공을 날아 오르듯 벅찬 환희로 감격시키는 생명의 마술… 바로 베토벤의 ‘코랄 환타지’ 등을 들을 때가 그러하다.
악성 베토벤. 그는 비인 숲 속을 거닐며 늘 자연과 하나되어 자신만의 소리를 오선지에 담았는데 ‘자연 속에 깃든 신의 영광’, ‘전원 교향곡’, ‘코랄 환타지’ 등이 그 것들이다. 특히 1810년에 완성된 ‘코랄 환타지(op 80)’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합창을 위한 3중 협주곡으로 베토벤 작품 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고도 웅장한 곡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9번 합창교향곡과는 달리 피아노가 가미된 점이 독특하고 다소 짧은(약 20분) 1악장 형식이어서 연주하기에도 편리한 곡이다. 조용한 피아노 선율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마치 작은 시냇물이 강물이 되어 대해로 뻗어나가듯 환희의 합창으로 클라이막스를 장식하게 되는 데 클라이막스의 장엄한 환희의 송가가 마치 운명을 극복해 나가는 베토벤 자신과 닮았다고나할까, 이 작품은 교향곡 9번(합창)의 전주곡으로 불리하기도 하는데 피아노의 화려한 면모와 교향악의 장엄함, 합창의 환희가 결합하여 말 그대로 환상적인 대미를 장식하는 명곡이다. 이 곡은 10월11일(저녁 7시) SF 매스터 코랄이 개최하는 제 20주년 연주회(헙스트 극장)에서 베토벤의 오라토리오 ‘감람산의 그리스도’와 함께 연주될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