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양한 벽과 부딪히며 살아간다. 이 벽에 가로막혀 이 벽을 을 넘지 못해 좌절하고 통곡하기도 하지만 벽을 뛰어 넘는 희열을 맛보기도 한다.
여자와 남자, 부모와 자식, 직장상사와 부하직원, 직업 간에 혹은 빈부로 나뉜 사회 계층 사이에도 벽은 존재하고 강고한 이념의 벽, 흑과 백 피부색깔로 소통이 금지 당하는 인종분리 장벽도 있다. 안과 밖을 구분해 경계를 만들고 벽의 이쪽과 저쪽을 가로막고 차별하는 것이 바로 벽이다.
60년의 세월을 넘어 남과 북을 철옹성으로 가로막고 서있는 민족 분단의 장벽이 그렇고 지금은 무너져 형체만 남은 냉전시절 베를린 장벽이 그랬다. 흑과 백을 가로막아 차별했던 남아공의 인종 분리 장벽이 그렇다. 팔레스타인 민족을 장벽으로 분리해 육지의 섬으로 유배시키는 가자와 웨스트뱅크의 장벽 역시 바로 분리와 차별, 소외의 벽이다.
그러나 모든 벽이 꼭 장애물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안과 밖, 이쪽과 저쪽을 구분하는, 분리와 차별의 경계의 의미가 사라질 때 벽은 소통이 될 수 있고 때론 각성과 다짐이, 때론 자부심의 벽이 될 수 있다.
LA 한인타운 한복판에 우리 역사의 위대한 인물들과 자랑스러운 전통문화 상징을 보여줄 ‘한국 역사 문화의 벽’이 들어선다고 하니 이 벽이 이러한 소통의 벽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리의 위대한 선조들과 이민의 영웅들, 그리고 자랑스러운 전통문화의 상징들이 각인된 이 벽을 통해 1세대와 2세대, 보수와 진보가 소통하고 스스로 우리에게 자부심을 갖는 ‘소통의 벽’, ‘자부심의 벽’이 되길 기대한다.
특히 이 벽은 1960년대를 풍미했고 여전히 지금도 미국인들의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 존경받고 있는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과의 기념 조형물과 함께 설치될 예정이어서 이 벽은 한인사회가 미 주류사회가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 ‘소통의 벽’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기금 부족이나 디자인을 이유로 이 벽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지만 한인 사회가 이 벽 설치에 조금도 주저할 이유가 없다. 타운의 상징물이라고 세워놓은 다울정이 울타리에 갇혀 제구실을 하지 못해 변변한 상징물 조차 없는 한인타운에 한국 역사와 문화를 보여줄 대형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을 한인사회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인들이 존경하는 역사적인 인물과 나란히 설치돼 미 주류사회와 소통하고 자라나는 2세, 3세들이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자부심을 갖게 할 수 있는 이 벽은, 우리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서라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소통과 자부심의 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망설일 이유가 없다. 로버트 케네디 조형물과 나란히 설치된 40피트 길이의 벽에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자랑할 수 있는 이 벽을 20만 달러 남짓한 예산을 이유로 좌절시켜선 안된다는 말이다. 이 벽의 영구 설치 문제나 벽에 새겨 넣을 역사적 인물 선정 문제도 한인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고 차분하게 중지를 모아 해결할 수 있다.
김상목 / 사회부 부장대우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