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렌지카운티에는 갑자기 ‘유명인사’가 된 사람이 있다. 지난 며칠 어디를 가든 인사 받느라 볼 일을 못 볼 정도이다. “이번 일로 이 변호사 완전히 떴어!”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회자되는 그는 부에나 팍의 변호사 이원석씨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동명이인의 투자사기 사건. ‘이원석’이라는 변호사가 지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KL 그룹이라는 투자회사를 운영하며 한인 투자자 250여명을 상대로 2억달러의 사기를 벌인 혐의로 체포되고, 지난 주 유죄를 인정했다.
이 사실이 보도된 지난 17일 아침 이 변호사의 전화는 불이 났다. “그 이원석이 이 이원석 맞느냐?”는 문의부터 “언론이 너무 무책임하다. 뻔히 그 사람 아닌 줄 알면서 이름을 낸 건 명예훼손 아니냐?”는 지인들의 염려까지 100여통의 전화가 밀려들었다.
두 사람이 이름이 같고, 직업이 같으니 모르는 사람들은 오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피해자들이 주로 플로리다와 어바인의 한인들이라는 데, 오렌지카운티의 이 변호사는 UC 어바인을 졸업했다. 같은 오해를 그는 지난 2005년 KL 투자사기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도 겪었다.
“그때는 이름이 ‘Won Lee’로 보도되었어요. 그런데 그것만 보고도 당장 많은 분들이 저로 오해를 하더군요”
두 사람이 뚜렷이 구분되는 요소는 나이와 거주지. 이 변호사는 40대 후반이고 문제의 이씨는 30대 후반이며 변호사 자격은 이미 몇년전에 박탈당했다. 사기혐의 이씨가 플로리다를 주소지로 하는 데 반해 이 변호사는 남가주 토박이다. 중학교 졸업하고 이민 와서 30년을 오렌지카운티에서 살았다. 그의 이름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한인들이 미국에 살다보면 같은 이름 때문에 낭패를 보는 경우들이 있다. LA의 40대 여성 K씨는 동명이인의 크레딧카드 빚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한인타운 인근에 살던 동명이인이 1만달러가 넘는 카드빚을 남긴 채 잠적을 한 것 같았다.
카드사용자가 응답이 없으면 카드회사는 케이스를 컬렉션 에이전시로 넘기고, 컬렉션 에이전시는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찾아 연락을 취하게 된다. 지난겨울 K씨는 집 전화에 낯선 메시지가 몇 번 남겨져 있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니 잘못 걸려온 전화려니 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실수였다. 컬렉션 에이전시 측은 아무리 전화를 해도 대꾸가 없자 그를 ‘범인’으로 판단을 했다. 그 즈음 우연히 크레딧 리포트를 떼어본 K씨는 기절할 듯이 놀랐다. 자신이 카드빚을 안 갚은 것으로 크레딧 리포트에 올라가 있는 것이었다.
“크레딧 회사 측과 싸우고 따지며 기록을 바로 잡는데 한달반이 걸렸어요. 컬렉션 에이전시에서 메시지를 남기면 반드시 전화해야 한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이때 주의할 점은 자신의 정보는 아무 것도 내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쪽에서 찾는 사람의 정보들을 말하게 한 후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름 같은 인연이 때로는 골치 아픈 악연이 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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