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영어교사하며
지금 남편 만나 재혼
청각장애 시어머니와
시누이부부까지 함께
“나는 이래봬도 미국산 한국 맏며느리랍니다”
플라센티아에서 한 백인 여성이 3대가 모여 사는 한인 대가족의 맏며느리로 살고 있어 화제다.
다이앤 천(50)씨. 뉴욕 출신의 전형적인 백인 여성인 그녀는 앤더슨 천(46·한국명 지명)씨와 지난 2003년 8월 결혼한 후 청각장애인인 시어머니 및 시누이 가족 등 총 9명과 함께 살고 있다. 억척스런(?) 미국산 한국형 맏며느리이다.
다이앤 천씨는 “미국 문화는 자식이 18세가 되면 독립해 그 다음부터는 부모·자식이 따로 살지만 한국문화는 더불어 살며 가족을 중시하는 것이 매력”이라며 “그런 한국 가족문화에 나도 빠져 들어 있다”고 말했다.
천씨는 한국 경기도 성환 소재 남서울 대학교에서 영어강사로 있던 지난 2003년 남편 앤더슨씨와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나 6주 만에 결혼했다. 둘 다 이혼의 ‘상처’를 가지고 있었지만 서로의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또한 ‘재혼은 실패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도 한몫을 했다. 천씨는 남편의 아이들도 그때부터 돌보았다.
결혼 후 2년여 동안 한국에서 거주하던 천씨 부부는 라이언(18), 스테파니(14) 남매, 시어머니 임이자(68)씨와 함께 지난 2005년 남가주로 이주했으며, 지난해부터 시누이인 하혜련(42), 하준걸(40)씨 부부 및 1남1녀 자녀들과 한 지붕 아래 거주하고 있다.
한국어도 읽고 쓸 정도의 실력을 갖춘 천씨는 결혼 초기 가족들과의 언어소통이 다소 힘들었다. 특히 청각장애인인 시어머니와의 소통도 그녀에게는 ‘도전’이었다. 그녀는 “결혼 초기에는 언어·문화적 갈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결혼 전 이미 그러한 문제들이 올 것을 알았기 때문에 서로 배려와 존중하는 마음으로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회사원인 남편 앤더슨씨는 “서로 아픔이 있다 보니 위로가 되었고 성격도 워낙 잘 맞아 큰 갈등은 없다”며 “그저 부인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시어머니 임씨도 “한국에서 주위 편견이 심해 처음에는 반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에 오니 그런 것이 없어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제는 며느리와 눈치로 알 정도로 서로 마음이 편하고 좋다”며 파란 눈 며느리 자랑을 늘어놓았다.
부인 천씨는 현재 포모나 소재 인랜드교회에서 운영하는 ‘인랜드 유치원’ 소속 교사로 일하고 있다.
<이종휘 기자>
다이앤(앞줄 가운데), 앤더슨 천(부인 뒤쪽)씨 부부와 가족들이 자리를 같이했다. 전형적인 백인 여성인 다이앤씨는 시어머니, 시누이 등 9명의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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