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6일, 오후 3시30분경 라 캬나다 플린트리지 바로 위 앤젤레스 크레스트 하이웨이를 지나던 자, 이 사람이 수상 합니다” LA 카운티 세리프국이 주민들의 협조를 당부하는 말이다. 앤젤레스 국유림에서 발생한 스테이션 화재가 이제 불길이 잡혀 안심이지만 원인이 방화라는 발표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라 캬나다에 사는 한 한인 주부는 지난 열흘 불안감에 잠도 못자고 새벽 두세 시면 밖에 나가 산불을 지켜보고, 짐을 쌌다 풀었다 하느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했다. 며칠 가슴을 졸였더니 무슨 소리만 나면 깜짝깜짝 놀라는 신경쇠약 비슷한 증상이 생겼는데 “그 불을 누가 일부러 낸 것이라니 그럴 수가 있느냐”고 흥분했다.
만약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그것도 햇볕정책 나오기 전인 10여년 전이었다면, 당장 나오는 반응이 “간첩 소행이 아닐까?”였을 것이다. “남한의 산야를 불태워 자원을 없애고 주민들의 재산을 파괴하고 불 끄느라 인력이 동원돼 사회의 다른 분야가 마비되게 만들고, 민심을 교란시켜 사회불안을 조성해서 누가 이득을 볼 것인가. 이북이다. 그러니 이북의 간첩이 방화를 했을 것이다”는 논리가 상당한 설득력을 얻었을 법 하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산불을 적국의 소행으로 보던 때가 있었다. 캘리포니아 등 서부지역에서 적국이 산에 불을 지를 까봐 주민들이 눈에 불을 켜고 살피던 때가 있었다. 2차 대전 당시였다.
1940년대 중반 미국에서는 산불 예방운동이 대단히 활발했다. 연방 산림청은 계몽 포스터를 제작하고 보이스카웃, 걸스카웃 등 단체들을 훈련시키며 산불 예방에 나섰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첫째, 산불이 날 경우 그 방대한 지역에서 진화작업을 벌일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스테이션 산불만 해도 4,600여명의 소방관이 동원되었다. 남가주 소방관으로는 부족해서 멀리 조지아, 아이다호, 몬태나에서까지 파견을 나왔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 이후 신체 건장한 남성들은 모두 전쟁터로 나가자 산불이 나면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산림청은 1944년 스모키 베어를 마스코트로 선정해 산불예방 캠페인에 나섰다. “당신만이 산불을 예방할 수 있다”는 포스터가 사방에 붙여졌다.
둘째는 적국 일본이 산불을 무기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서부 산악에 불을 지름으로써 미국의 천연자원을 파괴하고, 인력을 소모시키며, 사회 불안을 조성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린 전략이었다. 일본은 제트기류를 이용해 수많은 화염풍선을 날렸지만 실제로는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래서 당시 미국의 산불예방 포스터에는 아돌프 히틀러와 도조 히데키 일본 수상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우리의 부주의는 그들의 비밀병기. 산불을 예방하자”는 포스터였다.
10월 샌타애나 바람이 불 때면 남가주는 또다시 산불시즌에 들어선다. 실화든 방화든 예방하려면 ‘우리의 부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60년 전 산불예방 캠페인을 다시 활성화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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