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윽하고 향기로운 북가주다도회(NCPC) 태동
김동훈 거사, 한혜경 보살, 이종호 거사 등 중심
남이야? 그럴 수는 있다, 하지만 물처럼 벌컥벌컥 마시면 좀 그렇다. 잘마시는 술을 들이키듯 캬~ 하고 뒷입맛을 다시거나 못마시는 술을 삼키듯 억지춘향 오만상을 찌푸리는 것 또한 어울리지 않는다. 약을 털어넣듯 못이긴 척 꾸역꾸역 꼴딱꼴딱 넘기는 것 역시 아니다. 모름지기 차는 차답게 마신다.
그래야 한다기보다 그래야 제격이다. 거기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물론, 찬물에도 위아래가 있다는 둥 술 한잔에도 법도가 있다는 둥 약 한봉지 삼키는 데도 요령이 있다는 둥 갖다붙일 말은 세고 셌다. 하지만, 마디마디 도(道)를 붙이는 건 어쩐지 오남용처럼 들린다.
하늘 아래 땅 위에 모든 것이 차별이 없다 하니 다르다는 말을 함부로 쓸 것은 아니다. 그러긴 해도 차(茶)는 다르다. 도(道)가 붙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 도리어 더욱 차다워진다. 도를 빼면 어딘지 좀 허전하다. 그런데 차와 도가 만나면 묘한 작용이 일어난다. ‘차’는 사라지고 ‘다’가 된다. 그래서 茶道는 차도가 아니라 다도라고 발음한다.
초의선사 의순(草衣禪師 意恂, 1786∼1866)은 조선후기 대선사다. 전남 무안 출신이다. 그 나이에 다들 그랬겠지만 어렸을 적 그 역시 어지간한 꾸러기였던 모양이다. 열다섯에 강변에서 노닐다가 탁류에 휩쓸려 죽을 뻔했다고 한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승려가 구해주며 출가를 권했다 한다. 희한한 불연이다. 그 나이에도 그런 느낌을 들었을까 의심스럽지만 지나보면 그 승려는 냅뒀으면 버린 목숨이나 다름없는 천둥벌거숭이 촌탉의 육신을 구해 잠시나마 생을 이어준 것도 모자라 그의 영혼까지 제도해서 영생을 준 은인이라 하겠다. 장씨 성을 가진 무안청년은 16세 때 출가하고 해남 대흥사(대둔사)에서 구족계를 받는다. 스무살 넘어서는 조선팔도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선지식들을 만나배움을 닦는다. 불교는 물론 유학과 도교에 달통하고 범서에도 능통한 선사는 비로소 대흥사에 일지암을 짓고 40여년 홀로 정진한다. 범패와 원예 서예 등 못하는 게 없었다 전한다. 당대 해남 옆고을 강진에 유배돼 있던 추사 김정희와의 진득한 교유는 사서로 구전으로 숱하게 내려오는 미담이다.
또하나, 초의선사를 빼놓고는 다도를 말할 수 없다. 다도의 정립자다. 그의 사상을 한마디로 선사상(禪思想)이나 다선일미사상(茶禪一味思想)으로 갈무리할 수 있을 정도다. 다선일미사상은 차와 선이 둘이 아니라는 뜻이다. 차를 마시며 법희선열을 맛본다는 것이다. 차의 성품을 일컬어 그는 그 어떤 삿됨도 없고 그 어떤 때도 타지 않은 것이라며 무착바라밀(無着波羅蜜)을 주장하기도 했다. 차의 진예없는 정기를 마시거늘 어찌 큰 도를 이룰 날이 멀다고만 하겠는가(塵穢除盡精氣入大道 得成何遠哉)! 선사가 남긴 저 유명한 동다송에서도 다도는 신(神) 체(體) 건(健) 영(靈)을 함께 얻는 것이라 했다.
북가주 한인사회 불교마을에 차 한잔을 나누며 도를 찾는 모임(북가주다도회, NCPC)이 생긴다. 이미 생겼다. 다도회라서 그런지 이 모임에 대해 알리는 전자우편 쪽지부터 예사롭지 않다. 변호사인 이종호 거사가 엊그제 불자들에게 돌린 알림장은 “귀의삼보하옵고”라며 정중히 예를 갖추고 “어느덧 입추가 지난지도 20여일이 지났다”고 고한 뒤 “가을은 사색과 참선과 독서의 계절이자 차를 마시기에 좋은 계절”이라고 분위기를 띄우며 시작된다. 그리고 잇는다. “한잔의 따뜻한 차는 지친 심신을 편안하게 추스려주며 행복감을 가져다줍니다. 또한 참선의 여가에 마시는 차는 수마를 쫓아주고 맑은 정신을 되찾아 주기에 차는 참선 수좌의 필수품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알림장에 따르면, 다도회는 20년 이상 차와 함께 생활해왔다는 차 매니아 김동훈 거사를 팽주로 해 결성됐다. 한혜경 보살(고문/화주), 덕송 거사(고문), 대승월 보살(화주), 주운정 거사, 청정해 보살님(재무/총무), 청전 거사, 자현화 보살(화주), 유인 거사, 학산 거사 등이 참여키로 했고 모임을 이끌어갈 골격도 어느정도 짜여졌다. 문호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나 찻상 등 다구 일체를 마련하기 위해 연회비는 200달러로 책정됐다. 다도회 창단멤버들이 대부분 수선회 멤버들이지만 수선회와는 별개로 꾸려간다고 한다. 다도회에 관심이 있거나 궁금한 점, 또는 건의사항은 학산 거사(408-307-1074 408-307-1074)에게 연락하면 된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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