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의 옷차림이 지난 한 주 시끄러운 논란거리가 되었다. 의회도 휴회 하고 대법원도 여름휴가에 들어가 이슈가 별로 없는 한여름에 미디어들이 ‘먹잇감’을 하나 잡은 것이다.
이슈는 퍼스트레이디의 반바지. 발단은 지난 16일 애리조나의 그랜드 캐년 국립공원 비행장이었다. 오바마 부부가 두 딸을 데리고 그랜드캐년으로 여행을 가면서 대통령 전용기가 인근 비행장에 착륙했을 때였다. 취재진이 트랙을 내려오는 대통령 가족들의 모습을 TV 화면으로 전하는데, 한 순간 “저게 누구지?” 싶은 인물이 나타났다.
하얀 면 티셔츠에 잔잔한 무늬의 블라우스를 겉에 걸치고, 파란색 반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머리를 올백으로 넘겨 뒤로 묶고 선글라스를 낀 신체 건장한 여성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경호원인가?” 했는데 다시 보니 다름 아닌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였던 것이다.
그리고 며칠 동안 미국의 TV와 온라인 세계는 지진이라도 난 듯 시끌시끌했다. 미디어마다 퍼스트레이디의 반바지 차림을 화제로 삼았고, 수많은 블로그, TV 토크쇼, 온라인 미디어들이 즉석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인터넷에서 클릭 한번 하면 되는 만큼 응답자들도 많아서, 예를 들어 NBC의 ‘투데이’ 쇼 조사에는 30만명이 참가했다. 이 모든 호들갑의 핵심은 “퍼스트레이디가 반바지 차림으로 외출해도 되는가?” -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퍼스트레이디가 대중 앞에 허벅지를 다 드러내도 되는가 였다.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는가!”라는 ‘찬성’ 쪽의 의견은 뜨거운 여름에 가족 여행길에 나선 엄마로서 가장 자연스런 옷차림이라는 것이다.
“퍼스트레이디로 공식 회합에 가는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인가” “가끔은 털털한 차림이 더 마음에 든다. 미셸이 남들 이목 생각하느라 편한 옷을 못 입는다면 오히려 실망스러운 일이다” “키가 커서 허벅지가 드러난 것이지 반바지 자체는 짧은 게 아니다”… 는 반응이 응답자들의 과반수를 차지했다.
반면 나이 많은 연령층이나 보수진영에서는 “퍼스트레이디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못마땅해 했다. “더운 것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시원한 린넨 바지나 선드레스를 입을 수도 있다” “재클린은 보트 탈 때도 반바지는 입지 않았다. 카프리 팬츠를 입었다” “휴가에도 퍼스트레이디는 퍼스트레이디다워야 한다”는 주장들이다.
사실, 로라 부시나 패트리샤 닉슨이 반바지 차림으로 대통령 전용기에서 내리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로써 미셸은 반바지를 입은 퍼스트 퍼스트레이디가 되었다. 퍼스트레이디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지 않은 국민들로서는 많든 적든 충격이 있었던 것이다.
이제까지 미셸의 이미지는 격식에 매이지 않고 자유스러우며 자연스럽다는 것. 그런 미셸이 퍼스트레이디에 대한 고정관념을 앞으로 얼마나 더 깨트릴 지 미국민들은 기대 반 염려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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