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한국 문화면을 뜨겁게 달구었던 사람은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씨가 아닐까 싶다. 10년 전 한국무대에 데뷔했을 때, 그는 쥴리어드 명문음대 조기 입학과 미국 슈퍼볼 전야제에 섰던 화려한 경력으로 한국의 ‘바네사 메이’로 불리며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예전 그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지방 공연과 결혼식, 회갑연등 작은 행사에서 초점잃은 멍한 표정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동영상이 최근 사람들에게 커다란 의혹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의 안타까운 모습에 네티즌들은 그를 구명하는 서명 운동을 벌이고 언론사에 청원을 하는 등 ,노력 끝에 다양한 매체의 인터뷰를 통해 세간에 떠도는 전 기획사의 감금, 폭행설이 허위가 아닌 사실이었음이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국말도 잘 못하고 무서웠다며 “이런 일이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지금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 라면서 그동안의 심한 육체적, 심적 고통들에 대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었다. 기획사의 체계적인 관리와 시스템으로 스타가 만들어지는 시대에, 더 크게 성공하기 위해 문제의 기획사와 손잡은 게 그의 불운이었다.
다른 기획사라고 하지만 지금 현 소속사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의혹은 여전히 증폭되었고, 지난 12일 SBS ‘뉴스 추적-유진 박의 진실’ 방송이 보도되면서, 그동안 사태를 지켜보던 검찰도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과 함께, 유진 박씨는 한국에서의 음악활동을 중단한다는 기사가 나왔었다.
그는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미국 공연들이 최고 록스타가 아니면 강당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음악회인데 비해, 그의 한국 첫 데뷔 무대였던 KBS 1의 ‘열린 음악회’처럼 사람들이 꽉 찬 큰 무대나, 야외 음악회에 서는게 너무 좋아 한국에 머물게 되었다고 그는 예전 인터뷰에서 밝혔다.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인기 있을 때 연주가 잘 나온다는 그는 사람들과 교감을 나누고 그들이 자신의 음악에 환호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자신은 공연 없이는 못 산다고 할 정도로 공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지방 무대나 양로원에서 공연한 이유에 대해 그는 음악을 즐길 기회가 적은, 문화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 했다. 결국 재미교포로 한국말과 문화가 낮설기만 한 그의 인권은 한국에 머무는 다른 많은 외국 노동자들 처럼 유린되었던 것이다.
현실감각 없이 음악 밖에 모르는 그의 순수한 예술혼과 재능을 그저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했던,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그 사람들이 너무 혐오스럽고, 이런 현실이 슬퍼진다.
최근 그의 연주를 찾아 들어보면 예전의 명성을 다시 되찾고, 그가 꿈꾸던 세계 적인 Rock, Jazz 전자 바이올린 음악가로 이름을 남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 안타깝다. 10여년이 흐른 지금 그의 음악들은 예전 무대 위에서 광기가 느껴질 정도로 혼신을 다한 연주를 들려주던, 신명나게, 때로는 가슴을 찡하게 울리며 눈물 짓게 만들던 그의 생기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영혼을 잃어버린 박제된 음악 같다고나 할까……음악으로 기쁨과 슬픔을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느끼게 해준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온전히 비워내고 순수하게 음악에 몰입했을 때 만이 가능하고, 음악은 그만큼 감수성이 중요한 예술인데, 지난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그는 한국에서 너무나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듯 하다.
그에게 보내 온 한 장의 팬레터를 소중히 가슴에 대며 너무나 행복해 하는, 아이처럼 해 맑고 순수한 그를 보면서, 예전의 잃어버린 그를 다시 되찾을 수 있는 길은 일시적인 관심이 아닌,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고 잊지 않고 그를 기억해주는 것 만이 유일한 길로 여겨진다. 상처입은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이제는 그토록 사랑하는 음악에 열정을 쏟아 예전처럼 비상하기를……누구나 설 수 없는 그런 무대에 이 시대 진정한 소리꾼으로 당당히 서 있는 그를 다시 볼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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