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산타페 스프링스에서 세차업을 하는 K씨는 얼마 전 아주 기분 좋은 경험을 했다. LA 한인타운의 한 식당에서 콩국수를 먹고 나서 계산을 하려니 가격이 생각보다 싼 것이었다. 콩국수를 2인분 시키면 두 번째 것은 50% 할인해준다는 것이 식당 종업원의 설명이었다.
“세일 하는 줄 모르고 갔는데, 먹고 싶던 콩국수 맛있게 먹고 값까지 싸니 정말 기분이 좋더군요”
경기가 나빠지면서 직장인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식당들의 세일이다. 요즘 한인타운의 웬만한 식당들은 5달러 내외의 세일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생각도 못할 가격이다. 불경기로 너나 할 것 없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이때에 손님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려면 ‘싼 가격’ 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사람이 먹어도 1인분 값’의 세일이 유행이고 “이 가격에 팔아도 운영이 될까?” 싶게 싸고 푸짐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들이 있다. 그래서 “집에서 만드는 것보다 더 경제적”이라며 가족 단위 손님들이 밀려들어 때 아닌 호황을 누리는 식당들도 있다. 음식 맛있고 가격 싸면 ‘이게 웬 떡’인가 싶은 게 소비자들의 마음이다.
식당 업주들도 손해는 아니다. 고육지책으로 세일 메뉴를 내놓았지만 결과적으로 손님이 늘어나니 박리다매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파리 날리던 식당에 손님이 북적북적하니 우선 보기에 좋고, 세일 때문에 온 손님들이 정상가격의 음식들도 같이 주문하니 좋고, 한번 올 손님이 두 번 오니 좋은 것이다.
하지만 가격만 싸다고 ‘손님의 발길’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음식의 질이 떨어져서 ‘싼 게 비지떡’이란 인상이 들면 그 길로 손님들의 발길은 돌아선다. 앞의 K씨가 어느 냉면집에 갔을 때의 경험이다. 평소 자주 가던 식당인데 세일을 한다기에 세 사람이 가서 네 그릇을 시켰다.
“면발이 전 같지 않고 좀 흐물흐물 하더군요. 세일을 하려니 싼 재료를 썼나보다 하고 이해를 했지요. 그런데 문제는 오이였어요. 오이가 써서 먹을 수가 없었어요”
그가 열을 받은 것은 식사 후였다. 음식 값을 계산하면서 식당 주인에게 ‘오이가 쓰다’고 귀띔을 해줬는데 ‘알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온 것이었다. 오이를 100달러어치 사서 다 썰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주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했다.
“냉면 한 그릇에 오이가 몇 쪽 들어갈까요? 값으로 치면 10센트 어치나 될까요? 그것 때문에 손님들의 입맛을 버려놓는다면 그 주인은 정말 어리석은 것이지요”
100달러어치 오이면 적게 잡아도 냉면 200그릇에 들어갈 테고, 쓴 오이를 씹은 손님 200명이 기분이 나빴을 것이며, 그 손님들이 너덧 명에게만 그 이야기를 해도 주인은 1,000명 정도의 예비 손님들을 잃게 된다는 계산이다.
가격만 낮춘다고 손님들이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싼 게 비지떡’이란 느낌이 들게 할 바에는 차라리 제값을 받는 게 낫다. ‘이게 웬 떡’의 감동을 주어야 불경기에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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