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눈과 귀, 코와 혀, 그리고 피부의 오감으로 세상을 파악한다. 그러나 이것 말고 뭐라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세계를 이해하는 능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오랜 전부터 알려져 왔다. 이것은 오감을 뛰어넘는 여섯 번째 센스, 즉 육감으로 흔히 불린다.
이에 관한 기념비적 연구로는 1997년 아이오와 대학이 도박사들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가 있다. 카드 네 벌을 테이블에 쌓아 놓고 한 장씩 고르게 한다. 이중에는 50달러에서 100달러까지 현찰이 나오는 카드도 있지만 잘못 뽑으면 벌금을 내야하는 ‘나쁜 카드’도 있다. 네 그룹의 카드 중 두 그룹에는 이 ‘나쁜 카드’가 유난히 많이 섞여 있다.
보통 사람들은 50장에서 80장을 뽑고 난 뒤에야 카드 그룹 사이에 차이가 있음을 알아챈다. 그러나 극소수 사람들은 10장만 뽑아보고도 어떤 카드 그룹 근처에는 가면 안 되는가를 안다. 과학적으로는 설명이 잘 안되지만 위험을 본능적으로 알아채는 능력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최근 영국에서는 이 실험에 참가했던 사람들의 두뇌를 스캔한 결과가 나왔다.
위험 감지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결정을 내리는 대뇌 앞부분(orbitofrontal cortex)과 온 몸에서 얻은 정보를 종합해 이를 하나로 해석하는 인술라(insula) 부분이 크게 발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라크 참전 미군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도 인간에게는 오감과 달리 위험을 감지해내는 능력이 있으며 이는 사람마다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매일 같은 지역을 순찰하는 군인 가운데 물건이 놓인 위치, 사람들의 표정, 거리의 분위기를 보고 뭔가 낌새가 이상함을 알아채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이성이 판단을 내리기 전 본능적으로 몸을 피하며 나중에 조사해 보면 길가 쓰레기 더미나 버려진 차 안에 폭탄이 장치돼 있던 경우가 많다. 신참보다는 고참에, 일반병보다는 해군 특수부대원(SEAL)들 사이에 이런 사람이 많다는 것은 이 능력 또한 훈련으로 향상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째서 인간에게 이런 능력이 주어졌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과거 인간이 생명을 노리는 야수들 사이에 살던 시절 빨리 위험을 알아차리는 능력은 생존에 필수적이었다.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경우의 수를 따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수풀 속에 숨은 사자의 공격을 피하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이 능력이 남보다 뛰어난 사람은 오래 살아 자손을 많이 퍼뜨렸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멸종했을 것이다.
주위에서 보면 하는 일마다 안 되고 매사에 시기를 놓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타이밍을 잘 맞춰 재빠르게 사고팔며 큰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흔히 이를 운이라 부르지만 사업에 ‘동물적인 감각’이 있는 사람도 분명 있다. 결정을 내리는데 필요한 정보는 항상 완전하지 않다. 사안이 중대할수록, 시간이 촉박할수록 더욱 그렇다. 이럴 때는 육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운과 육감의 차이는 그다지 선명하지 않다. 육감이 좋은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정글이나 전쟁터, 혹은 비즈니스 세계에서나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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