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 필즈의 명저 ‘이야기 미국불교사’ 한국어판 출간
미주현대불교 통해 판매중
미국 불교사의 거목 릭 필즈(Rick Fields)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에 태어나 뉴밀레니엄 맞이로 부산하던 1999년 6월에 생을 마쳤다. 그의 이승살이가 짧았던 것은 암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명을 재촉한 병에 대해 일말의 원망도 표하지 않았다. 버클리에 살면서 요가저널 편집장 등을 맡아 활발한 글쓰기와 신행생활을 하던 그는 죽음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게는 목숨을 위협하는 병 따위는 없습니다. 사실 제 목숨이 제 병을 위협하고 있지요. 제 목숨이 방해를 해서 병이 제자리를 잡기 어렵거든요. 제게는 병을 위협하는 목숨이 있는 셈입니다.”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나(我)를 괴롭히는 병보다 나 때문에 고생하는 병을 더 보살핀다면 그 이상의 무아(無我)가 있을 수 있을까. 그런 필즈가 실은 서구문명에 위험인물(A danger to Western Civilization)로 낙인찍혀 하버드대에서 퇴학당한 사람이라면 그에 대한 이해는 더욱 헷갈린다. 그러나 사실이다. 반전시위와 히피문화가 미 대학가를 덮친 1960년대 그는 불법시위를 주도하는 등 학생운동을 열성적으로 주도하다 된서리를 맞았다.
이후 기자로, 편집자로, 잡지 발행인으로 활동하면서 젊은 릭 필즈는 불교를 만난다. 초걈 트룽파 등 티벳불교 지도자들의 지도를 받고 수행정진을 하면서 그의 삶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하게 된다, ‘세상을 바꿔 나(우리)를 행복하게 하려는 삶’에서 ‘나(우리)를 바꿔 행복한 세상을 일구는 삶’으로.
새 세상에 눈을 뜬 그는 불교잡지 기고 등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수행과 전법을 겸했다. 특히 1969년 세계의 기아문제를 제기했던 그는 25년 뒤 뉴욕의 극빈자 거주지에서 직접 홈리스 생활을 하며 참선모임을 이끌기도 했다.
그 어떤 저명한 수행자 못지않게 철저하게 무아의 삶을 살다간 이 파란눈의 실천적 수행자가 쓴 ‘이야기 미국불교사(원제 : How the swans came the lake/백조는 어떻게 호수에 왔을까)’가 한국어로 번역돼 나왔다. 불교에 조예가 깊은 서울대 출신 전문번역인 한창호씨가 심혈을 기울여 번역한 이 책은 미주현대불교와 운주사출판사 공동기획으로 최근 한국어로 가공돼 시판중이다.
한창호 번역가는 후기에서 “저자의 삶도 삶이려니와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소위 유럽계 미국인 불교도의 치열성과 진지함에 역자로선 자뭇 감동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이 책은 미국불교를 다루면서도 한국인이 잘 몰랐던 미국인들의 정신적·영적 풍모를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이 책의 일독은 일반적인 미국사상사, 미국문화사 등에서 다루기 어려운 측면의 담론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적었다.
미주현대불교 김형근 발행인은 서문에서 “이 책이 티벳과 일본의 불교는 아주 자세하게 다루면서 한국불교와 관련해서 법안, 도안, 대원, 삼우와 박성배 교수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면서도 “한국불교계는 출가자의 감소로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반면에 미국불교계는 한국과 달리 재가자 중심이라 그들의 활동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미국인과 유럽인들의 불교활동에 관심이 높다면서 “그러한 문제의식을 지닌 분들과 미국에서 불교 신앙생활을 하시는 분들, 그리고 정신문명의 교류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참고가 되고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구입을 원하는 사람은 미주현대불교에 우편(Modern Buddhism, P.O.Box 1367, Flushing, NY 11354) 또는 전화(718-460-4609)로 주문하면 된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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