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야구팬이었던 이 중은 야구 볼 기회가 주어지면 열심히 본다. 절에서는 볼 수도 없거니와 볼 시간도 없지만, 공항 같은 데서 사람을 기다릴 때 같은, 주로 외부에 나갔을 때이다.

최근에 우연히 두 경기를 보았는데, 두 경기 모두 투수전으로 이긴 경기였다. 샌프란시스코 팀 소속의 링컴과 존슨이라는 투수다. 공 몇 개 안 던지고 경기를 이겨버렸다. 굉장히 잘 하는 투수라는 걸 미국야구 정보가 전혀 없는 이 중도 느낄 수가 있었다.

암튼, 이 중이 얘기하자는 것은 이 훌륭한 두 선수가 스트라잌을 몇 개 잡았느냐가 아니다. 야구경기를 보다보면 정말 잘던지고 잘 쳤다, 잘 치고 잘 막았다, 어찌보면 모순 같은 이런 순간이 반드시 있다는 것인데, 이 두 경기에서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특히 수비수들이 보여준 그림 같은 몇 장면은 이 경기를 무척 재미있게 해줬다. 절대로 잡지 못할 것 같은 볼을 잡은 것도 대단한데, 불편한 자세에서 날으면서 일루에 공을 던져 아웃시키는 장면은 그중 백미였다. 언론의 포켜스는 잘 던진 투수에게 향해졌지만, 사람들은 그날의 승리는 바로 이런 수비수의 것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야구의 묘미는 바로 이런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숨은 협력자들, 혹은 희생자들에 의해서 승리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번에 새삼 다시 발견한 것은 승자는 절대 혼자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링컴 같은 훌륭한 투수도 있었지만, 수비진의 눈부신 활략과 후보 선수들의 서러운 눈물, 그리고 팀웤 이런 것, 한마디로 하모니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승리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할 때 잘 굴러가게 되어있다. 이것을 불가에서는 인연법이라고 한다. 이것이 있을 때 저것이 있고, 너가 있으므로 해서 내가 있고, 너의 도움이 있어서 내가 잘 살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의 양보와 희생으로 사회가 안전한 것, 이것이 바로 대중이 살아가는 화합의 장인 것이다. 대중 가운데 한 사람이 뛰어나면 그 사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 같지만, 그 빛으로 인해서 주변인 또한 같이 환해진다. 이런 인연법을 이해하고 살게 되면, 남을 시기하고 부러워하는 일로 가슴아플 일도 없고, 오히려 남이 잘되는 것을 진정 기뻐하고 박수쳐줄 수 있게 된다. 저 감자 한알이 빛과 땅과 물과 농부의 노력과 땀으로 이루어지고, 그것이 나의 살이 되고 피가 된다는 것을, 내 몸은 바로 이 우주 삼라만상이 길러내고 있는 것임을 알게 된다.

내 몸에서 내것은 아무것도 없고, 다 남의 것으로 이루어져있다. 인연법에서 생각하면 밖의 모든 것이, 내 주변의 모든 사물과 사람들이 모두다 나의 몸임을 알게 된다. 모두가 나의 팀이다. 그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리하여 세상 자체가 사랑이 된다. 나는 늘 그 사랑 속에서 살게 된다. 이것이 인연법을 깨닫게 되면 행복해지는 비결이다. 지금 당장 내 주변의 팀원들을 둘러보자. 개미, 풀, 바람, 사람들…그들 때문에 내가 여기 있고, 인생의 승자가 될 수 있음을 깨닫자. 행,복,해,진다.
　
다보면 결국은 잘사는 나라에 살게 되는 이치. 인연법을 생각하면 세상을 훨씬 밝고 아름답게 살 수 있다. 이 밥한그릇이 있기까지, 이 옷 한벌이 있기까지, 이 한몸이 있기까지, 그 수많은 인연들로 인해서 내가 여기 살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 것. 그걸 알게 되면 세상이 달라진다. 그리고 내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