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정 (화가)
통계에 의하면 매 일분마다 백 명의 사람이 죽고 이백 칠 명의 아기들이 태어난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의 곳곳에서, 혹은 환영을 받으며 혹은 몰래 남의 눈을 피해 유기당하기도 하며 생명이 태어나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가족과 친지들에 둘러 싸여 편안한 죽음을 맞는 이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홀로 외로운 이생을 하직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부잣집에서 태어나든 거리에서 태어나든 태어나는 아기들은 모두 그냥 한 아기로 받아드려지지만 죽는 사람들은 그 때까지 그들이 누리고 쟁취하고 이루어낸 행적들로 평가를 받게 된다.
추기경님이나 박 경리 선생님들처럼 우리 모두의 가슴에 사랑으로 남아 우리도 이제 남아있는 생애동안 더 좋은 사람으로, 타인에게 따스한 힘을 전하는 사람으로 살 수 있기를 다짐하는 기회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저렇게 살지는 말자고 나를 돌아보게 하는 사람의 죽음을 보기도 한다.
나이가 있어서 인가 죽음이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엊그제는 마이클잭슨이 죽었단다. 성형수술을 하다 마치 잘못 그린 그림을 지우개로 지워가며 고치다 못해 나중엔 그냥 마구 문지르고 구겨 버린 것처럼 되어버린 그의 얼굴을 보며 너무도 딱했었다. 거울을 볼 적마다 기겁해서 비명을 지르지 않았을까? Puppy Love를 부르던 그의 어린 시절, 그는 얼마나 귀엽고 재기만만하고 자연스러웠던가. 언젠가는 꼭 한번 그의 공연을 실제로 보고 싶었다. 그의 동작 하나 하나, 그의 스텝 하나, 하나는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천부적인 재능으로 반짝였다. 세월이 갈수록 앞서가는 이의 상상력 때문인지 선함을 노래하면서 분장과 의상은 오히려 악귀가 연상되는 느낌이 강해서 편하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그의 재능은 그에 대한 아낌을 거둬드릴 수 없게 했다.
재능이 너무 많은 것은 그 재능을 갖고 있는 이를 짓누르게 부담스러운 건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크게 재능이 있는 사람도 아닌데도 어렸을 때 재주 많다는 소리를 가는 곳마다 귀에 딱지가 앉게 들어서 세상이 무서웠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재주 많은 것도 아닌데 모두 그렇게 생각하니 나의 재주 없음이 언제 들키게 될까, 속으로 그렇게 걱정이 될 수가 없었다. 나 정도의 사람도 그토록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있는데 하물며 마이클 잭슨처럼 재능이 있던 사람은 더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에 남게 재능이 있으면서 자살한 사람은 적지 않다. 코트 주머니에 자갈을 집어넣고 강에 빠져 죽은 버지니아 울프, 내게 화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게 환상적인 색감과 텃치로 나를 홀린 유태계 러시아 화가 마크 롸뜨코도 자살을 했다. 만약 다시 태어나게 된다면 누구 모습으로 태어나고 싶니? 하고 누가 물으면 최진실이요, 하고 대뜸 답할 수 있을 만치 예쁘고 편안한 모습이던 최진실도 자살을 하고... 예쁜 남동생 같은 느낌이 들던 김광석도 자살하고 자살은 아니지만 엘비스 프레슬리도, 마릴린 몬로도, 다이아나도, 죤 F 케네디, 로버트 케네디, 케네디 주니어도 비명에 갔다.
모두에게 다가올 죽음, 나에게도 어김없이 다가올 죽음이 어떤 모습으로 평가될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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