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히말라야 영봉 아래서 태어난 산둑 루이트는 ‘가난한 사람들의 의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어려서 누이동생이 결핵으로 죽는 것을 목격한 그는 의사가 돼 인술을 베푸는 일에 일생을 보내기로 결심, 안과의가 된다.
그는 지난 20여 년 간 네팔은 물론 아시아 전역을 돌며 자기가 개발한 간단하며 돈이 들지 않는 독특한 수술법으로 수 만 명의 눈을 뜨게 했다. 그는 몇 년 전 북한을 방문, 북한 의사들에게 이 방법을 가르치고 1,000명이 넘는 북한 주민들에게 개안의 기쁨을 안겨줬다. 그는 이 공으로 ‘동양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받았다.
그의 활약상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의해 ‘북한의 내부’(Inside North Korea)라는 프로로 만들어져 방영되기도 했다(DVD도 나와 있다). 이 프로를 보면 수술 후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주민들은 감격의 환성과 함께 소리 높여 감사를 외치는 장면이 나온다. 특이한 점은 감사의 대상이 의사가 아니라 김정일 장군이란 사실이다. 이 다큐먼터리에는 북한 주민들의 가난과 고립, 억압상이 생생히 잡혀 있다.
북한 당국이 어째서 이런 프로 제작을 허락했을지 궁금해 할 필요는 없다. 북한은 이를 허락한 적이 없다. 리사 링이라는 중국계 여기자가 의료 코디네이터인 것처럼 위장하고 들어가 몰래 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기자는 아마도 살아 생전에 다시 북한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북한은 지난 3월 두만 강변에서 체포된 미국 여기자 유나 리와 로라 링에게 불법 월경과 ‘적대 행위죄’를 적용, 12년의 강제 노동소 복역형을 언도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탈북 여성들의 참상을 취재하다 보다 생생한 보도를 위해 강을 건너 북한 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갑자기 나타난 북한 경비병에 체포됐다는 것이다. 이들 중 한 명인 로라가 바로 리사 링의 동생이다.
그러지 않아도 시비 거리를 찾고 있던 북한에게 이들 두 여자는 놓칠 수 없는 먹이감에 틀림없다. 이들을 인질로 잡고 있는 한 미국의 대북 제재 목소리는 약해질 수밖에 없고 이들을 “인도적 차원”에서 놔주는 조건으로 비싼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권력 승계 등 북한 내부 사정이 복잡한 이 때 국경 근처로 취재를 간 것이 두 여기자의 불운이었다.
관측통들은 미-북한간의 협상이 순조롭게 이루질 경우 이 두 여기자가 풀려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만에 하나 정말 ‘노동 교화소‘로 보내질 경우 미국에서 편하게 자란 이들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조부모가 지은 죄로 9살 때 강제 수용소로 들어갔다 10년을 복역한 후 나와 탈북한 강철환 씨가 쓴 ‘평양의 수족관’을 보면 이곳은 굶주림과 중노동, 구타와 질병, 자아비판과 김정일 찬양 세뇌 교육으로 가득 찬 생지옥이다. 쥐와 개구리를 먹을 수 있는 날이 잔칫날이다.
양국 간의 협상이 원만히 타결돼 4살 난 딸을 둔 유나 리와 로라 링 두 기자가 하루속히 가족 품으로 돌아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