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죽을 각오로 대학에 다닐 때였다. 몰래 담배를 피우다 아버지에게 들켰다. 야단맞을 각오를 했는데 아버지는 야단은 치지 않고 그냥 건강을 위해서도 그렇고 안 피우는 게 나를 위해 좋을 거라고만 하셨다. “천 경자가 담배 핀다는 사실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고 또 그걸 꼬투리 잡아 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걸로 아는데 왜 나는 피면 안 되나요?”묻는 내게 아버지는 네가 천 경자쯤 되면 누구도 담배 피우는 것을 가지고 시비 걸지 않겠지만 지금 네가 피면 오히려 많은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씀 하셨다.
이즈음 한국의 돌아가는 모양을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내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된다. 내 눈에는 청렴결백을 노래하던 사람이 불법뇌물수수죄로 검찰의 수사를 받다가 빠져 나갈 길이 없으니까 자살한 것으로 보이는데 왜 모두들 나서서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둥, 마치 조국을 위한 우국충정으로 이 한 몸 다 바쳐서 장렬히 산화한 열사의 죽음인양, 정권을 가진 못된 정치가의 사슬에 걸려 억울한 죽음을 맞은 결백한 사람인양 온 국민이 울고불고 난리인 것일까?
그 사람이 권력을 갖고 있을 때 ‘많이 배우시고 잘나가시는 분이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 노인에게 가서 돈 주고 머리 조아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직격탄을 맞고 어느 기업인이 자살한 적이 있을 때 그는 단 한마디라도 유감이라든가, 죄송하다는 식의 사과를 한 적이 없었다. 시골노인이라고 칭한 자신의 형은 로비의 수수료를 집요하게 받아낸 세무직원이었음에도.
이즈음 한국에서는 자살이 유행인 모양인데 혼자 죽을 용기는 없어서 인터넷을 이용해 자살 동반자까지 찾아내어 함께 죽는다고 한다. 또 미국에서도 경기가 나빠졌다고 툭하면 식솔들 쏴 죽이고 자신도 죽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아무리 살기가 어렵다 하더라도 생명을 이토록 경시하면 안 되지 않겠는가, 많은 이들이 자살 풍토를 염려하며 진중하게, 겸손되이 현실을 받아드리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들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런데 한 나라의 지도자였던 사람이 잘못한 일이 있으면 감옥에 가고 말일이지 만백성이 바라보고 있는 자리에서 자기 손으로 생명을 끊어 세상을 박차버려도 되는 걸까? 나는 배신감마저 느껴진다. 모욕감마저 느껴진다. 그런데 신문에서는 연일 분향소에서 울고 분향하는 수많은 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왜 이렇게 다른 걸까?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묻는다.
‘상점에서 껌 한통을 슬쩍 했거든요. 그래서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데요. 빠져 나갈 길이 없어 보여요. 그냥 올빼미바위에 올라가 뛰어내려버릴까 해요.’하니 ‘아무나 칭송받으며 자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떤 이쯤 되면 부엉이바위든 올빼미바위든 뛰어 내려도 된다. 그럼 그때까지 욕하던 사람들도 모두들 맘을 바꿔 멋있게 죽은 선구자로 만인들이 추앙을 할 것 이니까. 그 뿐 아니라 사랑한다고,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진작 더 추앙해 줄 껄 그러지 못했던 것이 죄스럽고 한스럽다고 온 국민이 목을 놓아 슬퍼할 것이다. 그러나 네가 뛰어내리면 남들의 눈총은 말할 것도 없고 가까운 식구들마저도 남부끄러워 행여 누가 알까 쉬쉬하며 덮어둘 터이니 본전도 못 찾을 짓이다. 차라리 감옥에 가서 조용히 쉬었다 오는 게 현명한 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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