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중 교무<원불교 샌프란시스코 교당>
576년 전의 감동, ‘세종조의 회례연’이 국립국악원에서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무대에 올랐다. “세종, 하늘의 소리를 듣다.” 라는 타이틀로 펼쳐진 이번 공연은 악학궤범의 ‘회례연의’와 세종실록의 ‘회례의주’ 기록을 바탕으로 조선 초기의 궁중복식, 정재(궁중무용), 음악을 복원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조선 초기의 품격 있는 궁중의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작품이다. 회례연이란 정월과 동짓날에 문무백관이 모두 모여 열리는 오늘날의 시무식과 종무식과 같은 의식인데, 어떤 의미에서 1433년 세종 15년의 회례연이 특별한 주목을 받게 된 것일까.
세종은 박연에게 종5품 벼슬인 악학별좌에 임명하고, 당시 우리나라 음악을 치밀한 연구를 통해 재정비한다는 원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433년 정월 초하루. 9년에 걸친 음악적 연구와 실험의 성과가 악, 가, 무가 어우러져 회례연으로 펼쳐진다. 중국과는 다른 우리 문화와 정서에 맞는 새로운 12음률을 제정하고, 악기와 복제를 정비하여 조선 자주 독립 국가로서의 위상을 세상에 널리 알렸던 것이다.
공연이 시작되자, 세종은 무대 위가 아닌, 객석에 마련된 좌석으로 올라와 앉는다. 관객이 바로 임금의 시각에서 회례연을 감상한다는 의도에 있다. 공연에 들어와 모두가 왕이 되니 이 자체가 이번 공연의 첫 번째 감동으로 다가왔다.
두 번째 감동은 예술적 완성에 있었다. 500명 이상의 악사와 무용수가 참여했던 당시의 회례연을 150명의 국립국악원 단원들에 의해서 재현된 악, 가, 무의 조화. 화려한 복식과 웅장하면서도 하늘을 날아갈 듯 부드러운 음악 선율, 그 음악과 어우러지는 정제된 움직임은 조용한 침묵 속에 모든 관객을 사로잡는 위대한 예술적 힘을 보여주었다.
세 번째 감동은 세종과 박연, 맹사성 등 당시의 역사적 인물들이 무대에서 펼치는 음악에 대한 논의에서였다. 임금과 신하가 학문과 예술적 견지를 권위가 아닌 사실과 자주적 의식으로자유롭고 활발하게 이뤄지는 논쟁은 오늘날 고도로 발달된 민주주의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하였고, 임금을 비롯한 그 당시 학자의 학문적 성숙함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자리였다.
마지막 잊을 수 없는 감동의 순간은 바로 세종이 선언하는 그 한 마디, “백성이 곧 하늘이다.” 이 말이 작은 체구의 세종에게서 퍼져 나오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모든 예술의 정비는 임금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하늘인 백성을 모시기 위한 노력임을 모두가 느끼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천자(天子)는 군주만을 의미한다. 하지만 세종은 예술문화의 완성 끝에, 1433년, 하늘의 뜻을 세상에 천명한다. “백성이 곧 하늘이다.” 2009년 5월 24일. 세종의 꿈과 이상을 느낄 수 이었던 소중한 자리, 이 뜻이 세상에 널리 퍼지게 되길 간절히 염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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