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죽었다. 이게 벌써 열 번째쯤은 된 것 같다. 남들은 다 잘들 키우는 것 같은데,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이 뒤돌아 볼 만치 예쁘게 잘도 피드만 왜 내 손에만 들어오면 한 해를 못 넘기고 죽는지 모르겠다. 땡볕아래라 그런가 싶지만 남의 집 것들은 하루 온종일 쨍쨍 해가 비치는 마당 한가운데서도 애들 키만큼 늠름하게 잘도 자란다. 한 그루, 한그루, 죽어 나갈 때마다 맘이 쓰리고 아프다. 코스트코에 갔다가 세 그루에 십 여불 한다기에 보고 또 보고, 만져보고 쓰다듬다가 굳은 결심을 하고 집어 들었다. 그래, 너희들이 마지막이다. 두고 봐라. 니들마저 죽어버리면 앞으로 다시는 안 산다. 홑겹의 아잘리아는 그 애잔하고 투명한 분홍빛이 한국의 진달래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아잘리아는 더욱 마음이 끌리는 꽃인데 웬만한 식물들은, 꽃이든 야채든, 제법 그럴듯하게 잘 키운다는 평이 있는 나인데도 그 꽃과는 영 연대가 안 맞는지 결국엔 꼭 죽여 내보내 마음을 쓰리게 한다.
서울하고도 한복판, 내자동에서 태어나 큰 나는 사실 한국에 있을 때는 밭일이라곤 해본적도 없었다. 미국에 오니 사는 재미가 한국과는 달리 밋밋한데다 이즘에야 한국 식품점이 여럿 있어 아쉬운 게 없지만 삼십년 전에는 하다못해 풋고추나 깻잎만 심어 먹어도 땅 만진 보람이 있어서 해마다 야채도 심고 틈틈이 꽃들도 색색이 심었다. 고추나 깻잎을 따 먹을 만 할 때면 아는 이들에게 나눠주는 맛도 쏠쏠하다. 대개 친구들은 몇 번 얻어먹다가 직접 키워 보고 싶어들 한다. 처음엔 땅에 씨만 뿌려주면 저절로 커서 수확을 하게 되는 줄 알다가 생각처럼 되지 않으면 왜 우리 집 땅은 포실포실 보드라운데 한데 자신의 땅은 딱딱하냐고 묻는다. 돈 주고 사람을 사서 굳은 땅을 퍼내고 기름진 흙으로 바꿔 놓으면 단번에 될 일이지만 조금씩 조금씩 자신이 하려면 참 오랜 시간이 드는 작업이다. 우리는 거의 십년을 야채나 곡물 쓰레기가 나오면 여기저기 땅을 파서 묻곤 했다. 그렇게 신경을 쓴 흙과 그냥 내버려 둔 흙은 너무도 다르다. 또 흙이 좋다고 다 잘되는 건 아니다. 우리 집에 감나무를 심었는데 어찌나 종자가 좋은지 감 한 알 한 알이 차례 상에 놓아도 좋을 상급의 열매를 맺었다. 옆집에서 심은 감나무와 나란히 서있었는데 그 집의 감은 우리 감과 비교를 할 수 없으리만치 자고 오종종해서 그 집 주인이 늘 부러워 할 정도였다. 그러나 종자가 좋고 흙이 좋다 해서 일이 끝난 건 아니다. 매일 알맞은 분량의 물을 주어야 하고 비료도 주어야 한다. 잡초도 뽑아주고 벌레도 잡아 주어야 한다. 그 일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고 늘, 하루 세끼 밥 먹듯, 청소하고 빨래하듯 생활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정성을 들이면 수확은 언제나 풍성하다. 몇 그루 안 되는 것 같아 보여도 걷을 때면 그 많은 분량에 놀란다. 이건 너무 많다 싶어 반 정도의 수확만을 바라며 반 정도의 정성을 들이면 식물들은 소홀한 걸 대뜸 알아차려서 반의 반도 안되는 빈약한 소출을 내준다. 자연의 언제나 우리의 100% 노력과 관심을 바라는 것 같다.
소중하게 받아 안는 심정으로 아잘리아를 심으며 부디 잘 자라주기를 마음을 다해 부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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