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틈만 나면 농구장·서민식당·저소득층 지역 등 찾아 주민접촉
“둘로 나뉜 도시 하나로 묶고 싶어”
역대 대통령들과 확연히 다른 행보
“이미지에 도움 되는 정치적 자산” 평가
오바마 부부가 백악관으로 들어 간지 2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벌써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의 일부 주민들은 이렇게 묻곤 한다. “당신은 대통령과 영부인을 마주친 적이 있는가”라고. 부시대통령 시절 워싱턴은 밖으로 나가기보다는 친구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기를 좋아했던 잘 나다니지 않는 대통령에 익숙했다. 그러나 보마마 대통령과 영부인 미셸은 이 도시 곳곳을 누빈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은 시카고 불스와 워싱턴 위저드 간의 경기가 열린 버라이즌 센터를 찾아 코트사이드에서 경기를 관람해 관중들을 놀라게 했다. 경기에서 대통령이 응원한 불스는 패했다.
예술 공연은 어떤가. 오바마 부부는 그동아 케네디 센터를 두 번이나 방문했다. 한번은 알빈 에일리 댄스단 공연을 보기 위해 두 딸 말리아와 사샤와 함께 공연장을 찾았고 다른 한번은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을 기념하는 뮤지컬을 보기 위해서였다. 또 맛있는 음식은 어떤가. 오바마 부부는 에퀴녹스, 바비 밴스 스테이크하우스, B 스미스 등을 찾아 하얀 테이블보가 덮인 저녁 식탁에서의 식사를 즐겼으며 벤스 칠리 보울과 가이스 버거스 앤 프라이스 같은 길모퉁이 식당도 찾았다.
또 이들 부부는 학부모 교사 컨퍼런스와 학교 스포츠 경기, 그리고 노동계층을 찾아 그동안 미국 대통령들과 영부인들이 별로 찾지 않던 커뮤니티들에 격조를 불어 넣었다. 부부는 히스채닉 일색인 차터스쿨을 찾아 학생들에게 연설하고 흑인교회에서 예배를 봤으며 대통령과 그의 친구들은 시가 운영하는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농구를 하기도 했다. 대통령 부부와 점심을 같이 한 워싱턴의 애드리언 펜티 시장은 “당신이 어딜 가거나 ‘대통령 부부 만나게 되는 것 아니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런 스타일이 오바바 부부의 개인적 성향인지 아니면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를 놓고 논란을 벌인다. 하난 분명한 것은 근대 대통령 가운데 이처럼 도심 곳곳을 찾아다닌 대통령은 없었다는 것이라고 대통령 역사가인 도리스 컨스 굿윈은 말한다.
대통령 부부의 친구들에게 이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오바바 부부는 도시사람들이다. 커뮤니티 운동가로 일하면서 도심의 풍경에 편안함을 느꼈다. 경제적, 인종적으로 다양한 시카고 하이드 팍에서 살았던 오바마 대통령은 리처드 닉슨 이후 도심에서 살다 당선된 첫 대통령이다. 오바마 부부는 백악관 담장을 넘어 이 도시 곳곳을 탐색하기 원한다. 대통령 자문이자 오랜 친구인 발레리 재릿은 “대통령 부부는 백악관 안에 갇히기 보다는 역동적인 D.C.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물론 대통령과 영부인의 이런 사회적 스케줄은 정치적 동지를 만들고 정치적인 이야기를 풀어 가는데 아주 강력한 도구가 된다. 오바마 부부는 타운에 나가 즐거운 시간을 가지면서 동시에 워싱턴에 변화를 가져 오겠다던 약속을 지키고 개방적인 이미지를 형성함으로써 정치적인 소득을 챙기고 있다. 재틀린 케네디의 스케줄을 담당했던 레티시아 발드릿지는 “재선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오바마 부부의 대중들과의 접촉은 매일매일 정치적인 저축을 하는 훌륭한 은행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분석가들은 농구 경기 중 야유하고 소리 지르고, 또 벤스 칠리독에서 핫독을 먹고, 아이들과 발레를 보는 대통령의 모습은 종종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남 같은 인물로 여기게 되는 정치인을 한결 인간적인 존재로 만들어 준다고 말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비서였던 디 디 마이어스는 오바마의 외출이 경제적 위기 속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접근 가능한 어떤 광휘를 비춰준다고 평가한다. 그는 사교적이었던 클린턴 대통령도 이렇게 많이 돌아다니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마이어스는 “대단히 인간적이고 사람들에게 격려가 된다”며 “또한 대통령에게도 정치적으로 아주 소중하다”고 말했다.
오바마 부부의 잦은 외출은 과거 대통령들과는 다르다. 19세기에 워싱턴은 대통령들이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어 했던, 습기 차고 마음 내키지 않는 도시였다. 대통령 역사가인 마이클 베술로스는 근대 들어서도 대통령과 워싱턴 외출이라고 하면 “조지타운에 파티를 하러 가거나 친구를 만들러 연방의사당을 방문하는 일, 즉 영구적인 정치적 기득권과의 교류 정도를 의미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오바마가 보통 식당들을 찾고 노동계층이 사는 곳을 방문하는 것은 이전 대통령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고 강조한다.
오바마 부부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첫 흑인 대통령 부부로서 그들은 워싱턴의 부유하고 하얀색 일변도인 지역을 넘어 사람들과 접촉하고 싶어 한다. 최근 히스패닉 커뮤니티에 자리 잡은 의료클리닉인 메리스 센터를 방문한 영부인은 “우리는 살고 있는 커뮤니티를 알아야 한다고 배우며 자라났다. D.C.는 우리 커뮤니티다. 우리의 집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오랫동안 가진 자와 못가진 자로 나뉘어 온 타운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두개의 워싱턴을 하나로 묶을 수 있을지 보고 싶다”고 말했다. 보통 사람들에게 예기치 못했던 대통령 부부와의 조우는 놀라움 그 자체이다. 최근 농구경기에서 대통령 근처에 앉았던 기업 변호사 조 클락은 이 경험을 ‘초현실적’이라고 표현했다. “그가 바로 옆에 앉아 글자 그대로 악수를 나누고 그의 팀이 지고 있는 것을 놀릴 수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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