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처음 해금을 배울 때, 악기는 처음부터 모두 같은 소리를 내도록 만들어 진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어린 생각에 선생님이나 다른 선배들의 악기 소리는 그렇게 고운데, 내 소리는 왜 이렇게 거칠고 볼품이 없을까 불평을 했지요. 그 거친 소리를 내는 악기로 연습을 하면서 참으로 힘들어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어느덧 일 년이 지난 해금 소리는 처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 때 두 가지 중요한 삶의 지혜를 얻게 되었지요. 무엇인가 이루기 위해서는 과정 속에 이루어지는 어려운 소리들을 참고 들을 줄 아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꾸준히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이게 되면 분명 변화한다는 진리였습니다. 인내는 괴로움이나 고통을 참고 견디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그냥 참아버리면 이것이 병이 됩니다. 마치 상처의 고름을 짜내지 않으면 속으로 더 곪아서 병이 깊어지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그래서 참고 견디는 데에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 첫 번째 지혜는 바로 무엇을 위해 참는가에 대한 인식입니다. 악기를 연습하면서 맑고, 고운 소리를 위해 거친 소리가 날 때마다 멈추고 다시 활대를 고쳐 잡았습니다. 그랬더니 결국 거칠고 듣기 어려운 소리들이 맑고 고운 소리를 낼 수 있는 바탕이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지요. 수많은 마음의 소리들이 우리 마음속에는 계속해서 일어납니다. 화내는 소리, 불평하는 소리, 변명하는 소리 등. 이 마음 소리들을 그냥 지나쳐버리면 다시 제자리에서 계속 똑같은 소리를 내게 됩니다. 하지만, 그 소리가 날 때 잠시 멈추고, 이 마음이 맑은 마음의 소리인가 그렇지 않은가? 잠시 살펴 바라보게 되면 이 온갖 종류의 마음의 소리는 결국 우리의 맑고 밝은 마음의 소리를 내는 바탕이 되고 거름이 되게 됩니다.
다음으로 내가 현재 처해있는 모든 상황과 그리고 나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아는 마음, 그리고 그 상황과 나의 능력이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지금 현재 내가 낼 수 있는 소리가 비록 그 맑고 고운 소리에 미치지 못하지만, 연습을 계속하면 언젠가 그 소리를 만들 수 있으리라 하는 믿음으로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참는 것을 한번하고 마는 것이 아닌, 오래오래 할 수 있는 정성의 지혜입니다.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지요. 그리고 변화의 임계 점에 도달할 때까지 같은 것을 반복하는 지루함도 이겨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하나의 소리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소리로 승화하게 되지요. 단군신화에서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 21일 동안 어두운 동굴 속에서 인내하는 시간이 결국 곰을 사람으로 변화하게 만든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 삶은 어쩌면 몸과 마음이라는 각자의 악기를 갖고 끊임없이 연습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삶은 때로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가면서 그렇게 세월의 깊은 소리를 낼 여건을 만들어 주는 듯합니다. 한 마음이 일어나는 순간, 고요와 침묵으로 핑계도, 불평도, 생각도, 때로는 행복한 생각도 멈추고 참아봅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몸과 마음으로 내는 소리가 주위의 사람들을 기쁘고 행복하고 평화롭게 하는 아름다운 음악이 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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