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칼럼 / 하시용 목사(상항 서미나교회 담임)
평생 동안 스포츠 중계를 했던 아나운서가 방송에 나와서 인터뷰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스포츠 중계라면 안 해 본 것이 없는 아주 베테랑 방송인이셨습니다. 그분의 말씀이 각종 스포츠 중계 가운데 마라톤 중계가 가장 힘들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라톤 경기는 42.195킬로미터를 두 시간여에 걸쳐서 뛰기만 합니다. 선수들간에 몸싸움도 별로 없습니다.
가끔 경기 막판에 극적인 순간이 연출되기도 하지만 다른 경기에 비하면 밋밋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마라톤 경기를 두 시간여 중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엊그제 한국의 입지전적인 마라토너 “봉달이” 이봉주 선수가 마지막 은퇴경기를 가졌습니다. 비록 올림픽에서 우승을 하지 못했지만 그의 마라톤 경력은 화려합니다. 또한 연약해 보이는 외모 때문에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하는 마라토너였습니다. 한번은 이봉주 선수의 발이 언론에 공개된 적이 있습니다. 그의 발은 하도 많이 달려서 닳아 버렸다고 보일 만큼 만신창이였습니다. 게다가 이봉주 선수는 왼쪽과 오른발이 다른 짝 발을 갖고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그런데 이봉주 선수가 세운 기록이 가히 세계신기록 감입니다. 그는 올 해로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런 이봉주 선수가 그의 나이와 똑 같은 40번째 마라톤 완주라는 대기록을 세운 것입니다. 이것은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대단한 기록이라고 합니다. 그 동안 이봉주 선수가 달린 거리는 훈련 량을 합쳐서 지구를 두 바퀴 돈 것에 해당한다니 그야말로 온 국민의 박수를 받아 마땅합니다.
신학교 시절 목회실습 시간에 선배목사님을 찾아 뵌 적이 있습니다. 은퇴를 앞두신 목사님께서 목회를 준비하는 우리들에게 목회는 마라톤이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서두르지 말고 한 번에 어떤 결실이나 변화를 기대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건강과 가족을 챙기라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이제 10년 가까이 목회를 하면서 그 선배목사님의 조언이 더욱 귀하게 다가옵니다.
어디 목회만 그렇겠습니까? 우리네 모든 인생이 마라톤과 같습니다. 외롭고 밋밋한 것이 인생길입니다. 남들의 인생길은 극적인 순간도 있고 매우 재미있어 보입니다. 자녀들도 잘되고 모두들 금메달을 목에 주렁주렁 걸고 사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 외롭고 지리하고 마라톤 경기에서 언덕을 오르듯이 매일같이 허덕허덕입니다. 결승점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더 지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남의 떡이 커 보여서 그렇지, 알고 보면 모든 사람들이 숨을 헐떡이면서 인생의 마라톤 경주를 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고 급한 마음에 빨리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인생은 마라톤 경주와 같습니다. 멀리 보아야 합니다. 자기 속도를 지키면서 끝까지 달려야 합니다. 이봉주 선수가 40번의 완주를 했듯이 우리들 역시 어떤 일을 시작했으면 결승점에 이르도록 달리고 또 달려야 합니다.
그래서 먼 훗날 인생을 돌아보면서 몇 번의 완주기록을 세웠노라고 하나님과 자신 앞에서 흐뭇한 마음으로 감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빨리 달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끝까지 달려서 마지막 결승점을 통과하는 기쁨을 누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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