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미국 앨라배머주 작은 마을에서 한 청년의 총기난사에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불과 수 시간이 채 못돼 지구 저편 독일의 소도시에서도 10대 청소년의 무차별 난사로 무고한 15명의 생명이 희생되었다. 사건 현장엔 애도의 꽃다발과 함께 “왜?(Why?)”라는 한마디 메시지, “신이시여,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묻는 팻말들이 등장했다. 뒤틀린 이들의 정신세계를 되짚어가며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추측만 있을 뿐 남은 사람들은 - 같은 비극의 되풀이를 막기 위해 꼭 알아야함에도 불구하고 - 결코 그 정확한 대답을 얻어내지 못할 것이다.
10일 앨라배마 마을서 11명, 11일 독일 소도시에서 16명 사망
두 사건 범인 모두 ‘말없는 외톨이’로 총기에 강한 집착 보여
‘조용하고 일 잘했던’ 28세 청년
‘내게 잘못한 사람들’ 명단 작성
총탄을 가득 채운 베스트를 입은 그는 4자루의 총을 들고 마을과 마을을 누볐다. 그가 지나간 20마일 남짓 앨라배머 남부 각각 인구 2,000의 농촌마을 두 곳은 충격적 범죄가 남긴 상처로 처참했다.
지난 10일 오후 2시가 채 안된 한낮 그는 킨스턴시 자기 집에서 맨 먼저 어머니를 살해하고 기르던 3마리의 개를 쏘아 죽인 후 집에 불을 지르고 자신의 자주색 이클립스를 타고 10마일을 달려 친척들이 살고있는 샘슨에서 자신을 길러준 삼촌을 포함해 5명을 쏘아 죽였다. 그다음은 무차별 난사였다. 그의 총알은 자동차와 가게와 경찰들을 향해 난사되었다. 이웃 주민들이, 길을 걷던 남자가, 가게에서 나오던 여자가, 지나가던 운전자가 영문도 모른 채 그 자리에서 죽어 넘어졌다.
앨라배마주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을 빚은 28세의 마이클 맥렌든은 50분 동안 이렇게 10명을 죽이고 6명에게 부상을 입힌 후 경찰에 쫓기다 전에 다니던 직장으로 찾아가 총구를 자신의 입에다 대고 자살했다.
“그는 단 하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얼굴에도 아무런 표정이 없었어요” 입을 꾹 다물고 텅빈 눈동자의 무표정으로 무조건 총을 쏘아대던 범인의 모습을 한 주민은 몸서리치며 전했다.
주민 대부분이 서로를 알고 지내던 이 작은 마을은 충격과 슬픔에 빠진 채 “왜?” - 해답을 찾기위해 애쓰고 있다.
맥렌든이 부모의 이혼이후 어머니와 살며 친척들과 사이가 나빴다는 것, 어릴 때부터 총을 좋아했다는 것, 얼마 전 직장을 그만두었고 요즘 어머니마저 회사에서 정직당한 후 경제적 형편이 어려웠다는 것. 어머니가 일하던 직장을 상대로 보상청구 소송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이런 사실들 외엔 평소 그의 행동엔 별다른 징후가 없었다.
한가지, 그의 방을 수색하던 수사관들이 “그에게 잘못한 사람들”의 명단을 발견했다. 그가 지난 주까지 다니다 스스로 그만둔 소세지 공장과 어머니가 다녔던 닭고기 공장 동료들, 소송관련 변호사 이름들이 쭉 적혀있는데 “내가 귀마개를 안했다고 보고했음”“내게 4시간 동안이나 고기 가는 기계 청소를 시켰음” 등의 코멘트가 달려있다. 그러나 일부 수사관들은 이 명단 작성은 1년 전에 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번 총격대상과 직접 관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보다 수사관들이 주목하는 것은 맥렌든이 남긴 쪽지다. 쪽지에는 해병과 경찰의 꿈을 이루지못한 자신의 삶에 대한 좌절과 불행, 친척들에 대한 불만 등이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주의자’로 자처했던 맥렌든은 10년전 해병대에 입대했다가 ‘사기 입대’로 쫓겨났고 잠시 경찰관으로도 근무했으나 필수기본 훈련과정을 통과하지 못해 그만두었다.
맥렌든은 소세지 공장 전에는 이번에 자살한 장소인 금속공장에서도 일했는데 그곳 동료들은 “믿을만한 팀의 리더였고 모두가 그를 좋아했다”고 전했다.
그는 ‘조용하고 수줍은’청년이었다. 친구도 별로 없었으며 말썽에 휘말리는 것을 꺼려했다. 11세때 사냥용 라이플을 갖게 된 이후 내내 총에 집착을 보였다. 그러나 어린 시절 그의 리틀리그 코치를 담당했던 샘슨시의 클레이 킹 시장은 “난 마이클을 일생 내내 알아왔다. 총을 좋아한다는 것은 이곳 앨라배마 농촌에선 아주 흔한 일이다. 나 자신도 20정 넘는 총을 소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번 총기난사 사건의 어처구니없는 희생자는 그의 뒤를 쫓던 셰리프 경관 조시 마이어스였다. 그의 집은 맥렌든 삼촌의 바로 이웃. 사건이 나던 시간 그의 아내와 어린 딸들이 맥렌든 삼촌집에 놀러와 포치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총탄을 맞은 것. 아내와 18개월짜리 딸은 숨지고 4개월짜리 딸은 이웃 간호사의 목숨 건 구출로 부상은 당했으나 살아남았다.
“너무 많이 울어서 이제 내겐 더 이상 눈물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랑스런 딸과 아내의 사진을 기자들에게 보여주며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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