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 칼럼 / 한명철 목사(은혜와 평강교회 담임)
별은 지고 꽃은 떨어졌습니다. 우리의 등이 되고 빛이 되었던 한 별이 떨어졌습니다. 별똥별의 긴 자취를 더듬으며 우리는 어둠과 추위를 느낍니다. 꽃은 꺾이고 향기는 사라져 시든 잎사귀만 우리의 눈시울을 적십니다. 꽃이요 향기였던 그의 부재는 우리의 삶을 삭막하게 만듭니다. 우리 곁에 머물러 있던 그가 홀연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하나님은 그를 우리에게 주심으로 기쁨을 주셨습니다. 하나님은 그를 우리에게 한참 머물러두심으로 즐거움을 노래케 하셨습니다. 한 시대의 좌표였던 그는 모든 사람에게 인자했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웃음을 가르쳤고 인간으로서의 걸음걸이를 익히도록 했습니다. “하나님은 사랑”이라는 삶의 모토를 따라 평생에 사랑실천을 몸소 실현해 보였습니다. 하나님은 이제 그를 우리 곁에서 불러 가심으로 우리의 시선을 영혼의 목자장께로 향하게 하셨습니다. 하늘의 창틈 사이로 내비치는 그의 주름진 미소가 눈송이처럼 우리의 어깨를 덮습니다.
좌우익의 싸움에 편들지 않고 나라의 현실을 누구보다 걱정했습니다. 군부독재에도 맞섰고 민주세력을 향해서도 질책했습니다. 갇힌 자를 돌아보며 마음이 상한 자들을 어루만졌습니다. 권력자 앞에서는 꼿꼿했고 어린아이들에게는 인자한 할아버지였습니다. 자신에게는 검소했으나 가난한 이웃에게는 사랑을 허비했습니다. 사랑의 힘과 우정의 깊이를 깨우치고 삶의 가치와 죽음의 은총에 눈을 뜨게 했습니다. 거룩한 정열에 스스로를 불태우던 그는 우리에게까지 따스한 열기를 전해주었습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작은 불씨가 되었으며, 세상이 볼만한 불꽃을 일으켰고, 들불처럼 번져가는 불길 속에 다투어 자신을 던지게 했습니다. 별과 꽃은 사라졌지만 그가 남긴 빛과 향기는 우리를 인도합니다. 그가 있어 약하지 않았던 우리는 지금 그를 잃음으로 스스로 강해졌습니다. 그는 우리를 아껴주었고 우리 역시 그를 사랑하고 존경했습니다. 벌써부터 그의 정겨웠던 모습이 그립습니다.
평범한 인간으로 태어나 비범한 길을 걸었던 그는 명리를 비웃으며 가난한 죽음을 택함으로 개인의 종말에 가치와 존엄을 부여했습니다. 그는 이 땅에 자신의 기념비를 남기지 않았지만, 우리 모두의 가슴에 불멸의 인간으로 터를 닦았습니다. 그의 생애는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영원히 타오르는 불이 되어 일렁입니다. 그는 우리 모두의 꿈을 현실로 태어나게 한 변화의 주역이었습니다. 그는 야생마와 같은 자신의 젊음을 준마로 길들여 역사의 들판을 힘차게 달렸습니다. 그는 환호 앞에서 자만하지 않았고 비난에도 주눅 들지 않았습니다. 그의 육신은 볼품없었지만 정신세계는 크고도 넓었습니다. 그는 작은 거인이었습니다. 그가 남긴 마지막 말, “고맙다!”는 우리가 오랫동안 잃어버린 보화였습니다. 우리가 그의 삶을 평가하듯 우리의 후손들은 우리 각자가 남긴 삶의 발자국을 살필 것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남긴 족적은 우리 마음의 옷깃을 사뭇 여미게 할 것입니다.
아직 우리는 호흡하지만, 우리보다 존귀했던 그는 숨을 멈추었습니다. 그가 없는 만큼 이 세상은 더 어두워졌습니다. 이 시간에도 숱한 생명들이 태어나고 어린아이들이 밝게 자라남은 이 시대의 어둠과 아픔을 이겨낼 힘입니다. 겨울의 추위를 맞으며 마지막 예를 표하고자 길게 늘어 선 연도의 행렬은 그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심어준 희망 때문입니다. 이제 그의 가르침과 명징한 삶을 통해 작은 빛을 받았던 우리는, 가슴에 간직한 불빛을 꺼내들고 어둔 세상을 밝히는 봉홧불이 되고자 합니다. 이 불꽃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세상은 희망이 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백일몽이 아니라 불타는 열망의 아이인 비전을 품어야 합니다. 세월이 흘러도 그는 결코 우리에게 돌아오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가 그에게로 갈 것입니다. 비통함과 절망감을 거둡시다.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허무는 사랑의 일체감으로 그를 기억하며 살아있음으로 인해 다시 한 번 기뻐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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