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군대에서 가장 골치 아픈 문제중의 하나가 동성애 군인들이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군대 조직의 가장 핵심인 군인정신(군기)과 직결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군에서 퇴출을 시켰다. 그러나 중동전을 거치는 세월속에서 미국 국방부에서 확정된 방침은 ‘말하지도 말고 행동하지도 말라’는 저 유명한 ‘Do not talk, Do not act’라는 지시사항이다. 미국 전체 사회에서는 종교문제와 인종문제에도 ‘Do not talk, Do not act’라는 대원칙이 하나의 사회 관습으로 거의 정착된 단계다. 가장 개인적인 문제인 동시에 가장 사회적인 문제가 중첩 될 때는 참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최소한 증오심만은 제거하자는 것이 침묵(공개적인 논의 거부)을 불러 내온 것이다. 침묵은 하다 보니까 침묵이 이런때는 참 좋다는 걸 느끼고 편하게 되어 문화가 된 것이다.
우리 한국사람들은 아직도 이런 문제들에 증오심을 증폭시키는 Talk와 Act를 한다는 것은 깊이 생각할 점이다. 지금 한국의 불교계는 승속이다. 계율(戒律)에 대해서 Don’t talk, Don’t act하는 무계의 시절에 와있다. 갈등과 고통의 세월없이도 어찌 이리도 계율 없음에 잘 적응되는지 불가사의 할 정도다. 옛날에는 수행승이 오계십계 등을 어기고 파괴하면 파계승이 되어 산문(山門)을 나와야했다. 출가 수행자가 가는 감옥이 ‘세속’이니까. 속세로 내몰린다는 것은 바로 감옥행이나 같은 말이다.
불교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파계승의 대표자는 원효와 구마라습이 아닌가 한다.
원효가 자발적으로 파계승의 길을 선택했다면 구마라습은 타의에 의해서 억지로 파계승이 되었다. 두분 다 이름이 너무 드날린 것이 문제를 불러 온 것이다.
지금의 대중스타들 처럼 거리를 걷기도 어려웠다. 세속의 찬사 속에 파묻혀야 하는 스스로에게 진절머리가 난 원효는 이런 구조를 깨뜨리기 위해서 파계라는 극약처방으로 배수진을 쳤다. 스스로 물러나서 떠난 것이다. 그때의 신라로서는 고구려와 국경을 접한 가장 변방인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소요산으로 와서는 자재암을 바위틈에 엮어두고 지냈다.
경주에 남아있던 요석 공주는 설총을 안고 소요산으로 원효를 찾아갔지만 어찌하랴. 위대한 스님이 아닌 행자로서의 열반을 그리워하고 사모했던 그로서는 여인을 잘라낸 뒤였으니 말이다. 매우 역설적인 방법으로 ‘수행자’가 되고 싶은 역동성을 이끌어낸 위대한 수행자다. 구마라습의 파계에는 슬픔이 한없이 녹아있는 시대성을 간직하고 있다. 그의 조국 구차국이 유전되고 승전한 장군인 진나라의 여광에게 포로가 되어 파계가 강요되었다. 구마라습은 삼십오세의 젊은 나이에 이미 그 시대를 풍미하는 위대한 수행자가 되어 있었고 민중은 그를 따를 뿐이니 그를 파계시켜 만신창이를 만들지 않고는 정복자의 통치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여광은 중국 여인과 짝을 짓게 하여 십오년이 넘게 그의 군막에다 구마라습을 은둔시켰다. 그런뒤에 진나라의 수도 장안으로 옮겨와서는 국가적인 역경사업에 동원되었고 이 역경으로 말미암아 그는 불멸의 위대한 승려가 된 것이다. 다시 뒷날 당나라때에 현장이라는 걸출한 스님이 나와 이 두 스님에 의한 불경의 중국어(한문) 번역은 불교사의 가장 뛰어난 사건중의 하나다. 교(敎)를 베풀어 중생을 이익케함이 이보다 더 뛰어날 수 가 있다는 말인가.
원효와 구마라습 이 두 분은 그들이 목숨으로 지켜 내야했던 것(戒)에 대한 그리움의 끈을 놓지않는 수행자들이다. 계행을 닦는 것을 줄여서 수행이라고 하는 것인데, 청정한 것에 대한 ‘끝없을 그리움’을 우리는 ‘발심’이라고도 하고 ‘참회’라고도 한다.
그리움이 빠진 참회와 발심을 우리는 그냥 ‘반성’이라고 표(表)한다.
지금은 파계승이 전무하다. 지키는 계가 없는데 무슨 파계가 있겠는가. 그냥 무계(無戒)의 시절이 된 것이다. 시절인연이란 개인이 감당하기엔 불가능한 일이다. 무계의 시절이 당도하였음을 알면서도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파계승을 만나 욕이라도 실컷 해 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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