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장관 공백..로비스트 기용 논란
지난 20일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대통령에 취임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높은 국민의 지지 속에서 첫 주를 순조롭게 마감했다.
미국의 거의 모든 언론들이 `오바마 정부의 첫 100일’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7일간의 시간을 유효적절하게 사용하며, 일단 언론과 국민으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이 취임식 다음날인 21일부터 사흘간 오바마의 국정수행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1천500여명 가운데 68%가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역대 미 대통령의 취임 직후 지지도에서 존 F 케네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 것으로, 오바마는 국민의 신뢰와 지지 등에 업고 국정 어젠다를 밀고나갈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오바마가 취임 직후부터 조지 부시 전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는 일련의 조치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높은 지지율이 나타난 것은 국민이 그의 정책 `U턴’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쿠바 관타나모 기지 폐쇄, 중앙정보국(CIA) 해외 수감시설 폐쇄, 고문 근절 등을 골자로 한 잇단 행정명령은 부시 안보정책 뒤집기의 대표적인 사례다.
낙태관련 국제단체에 대한 재정지원 금지를 해제키로 한 것이나, 부시 전 정부가 등을 돌렸던 기후변화협약 문제에 적극 나서기로 하면서 고연비 차량개발을 촉진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부시 노선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정책들이다.
오바마가 27일 아랍에미리트(UAE) 위성채널 알-아라비야와 인터뷰를 갖고 무슬림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라고 언명한 것은 아랍권과 등을 졌던 부시 전 정권과 비교할 때 격세지감을 느끼게 할 정도다.
이와 더불어 수전 라이스 주유엔대사가 26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란 핵문제 해법과 관련, 동맹국과의 협력과 더불어 이란과의 `직접 외교’에 방점을 찍은 것도 대선 당시 제시된 `오바마식’ 직접외교가 구현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관타나모 기지를 폐쇄한다고 하면서 수감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관타나모 수감자였던 사이드 알리 알-쉬리가 2007년 사우디아라비아로 석방돼 재활교육을 받던 중 알카에다 예멘 부지부장으로 활동하게 된 사례 등을 들어 관타나모 기지 폐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는 것.
이런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입장에서는 국민지지가 높을 때 개혁 어젠다를 밀어붙이지 못하면 나중에 여론에 끌려다니게 된다는 점때문에 일단 대선공약과 관련된 국정현안은 소신껏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집권 2주째를 맞는 오바마가 넘어야할 장애물은 뭐니뭐니 해도 경제다. 오바마가 추진중인 경제부양 관련 패키지 법안이 이번 주에 미 하원에 상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지난주 민주.공화 양당 지도자들과 회동한 것은 물론 첫 주례 라디오 연설을 경제부양책에 초점을 맞추는 등 대의회와 국민을 상대로 경제부양책 홍보 및 설득에 적극 나선 상태다.
여기에다 오바마는 27일에는 법안상정을 앞두고 하원내 공화당 지도부를 만나 대승적 차원에서 경제관련 법안에 협력해 줄 것을 호소할 예정이다.
그러나 공화당은 경기부양책의 내용에 대해 대학 학자금 지원, 디지털 TV 컨버터 구입 바우처 지원 등 경기진작과는 거리가 있는 `당파적’ 자금배정이 많은데다 세금감면 혜택도 적은 편이라며 철저한 심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법안 통과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사 난맥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오바마는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상무장관 후보직을 자진 사퇴한 이후 3주일이 지나도록 후임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 대부분의 각료가 상원 인준청문회를 통과해 정상적인 업무를 시작한 마당에 유독 상무장관만 공백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미사일 제조회사인 레이티온의 로비스트로 활동했던 윌리엄 린의 국방부 부장관 내정, 골드만삭스의 로비스트였던 마크 패터슨의 재무장관 비서실장 기용 등은 로비스트들과 거리를 두겠다던 오바마의 강력한 의지를 훼손하는 사례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방송에 출연, 오바마의 백악관은 스캔들로 얼룩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선 것은 묘한 정치적 파장을 낳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흠결에도 불구하고 오바마가 비교적 산뜻한 스타트를 끊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미국에서 `허니문’ 기간이 취임후 100일 정도는 유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바마의 인기와 실력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앞으로 100일간의 성적표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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