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季節)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 일 듯 합니다.?/별하나에 추억(追憶)과/별하나에 사랑과/별하나에 쓸쓸함과/ 별하나에 동경(憧憬)과 별하나에 시(詩)와/별하나에 어머니, 어머니?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 식 불러봅니다. -윤동주의 ‘별을 헤는 마음’ 중에서-
별이 시가 될 수 있는 것은 별이 그만큼 고독함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두운 밤하늘에 외롭게 반짝이고 있는 별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꽁꽁 얼어붙기도 하고, 누군가의 시처럼 ‘별하나에 쓸쓸함… 별 하나의 동경’으로 가득 차 오르기도 한다. 별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러므로 고독한 인격, 감상적인 인격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별을 바라볼 때처럼 사람이 원시적이고 동경으로 돌아갈 때도 드물다 하겠다.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아름다운 별빛을 본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여름방학 때 방문한 외할머니 댁의 초가지붕 너머에서 반짝이던 별빛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외로운 산골마을, 부엉이 우는 초가집… 담장을 끼고 외양간 옆, 마당 한가운데 누워 샘물에서 꺼내온 수박을 베어 먹으며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던 그 평화로운 정경은 도시에서는 결코 찾아 볼 수 없는, 마음 속의 영원한 고향이었다. 그 후 잊혀져 가던 아름다운 별을 다시 찾기 시작한 것은 음악을 듣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수많은 시인, 미술가들이 별을 노래하고 별을 그려왔지만 음악만이 가장 고독하고, 별의 본질을 그리고 있다는 느낌을 주곤 하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별을 바라보거나 음악, 시 등에 심취할 때는 삶이 그만큼 지쳐있고 고독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또 그러한 예술들이 그만큼 투명하고 순수한 위로를 안기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베토벤의 교향곡 중 7번을 들을 때면 유난히도 고적한 밤하늘의 정경이 연상되곤 하는데, 왠지 생동감이 넘치면서도 어딘가 서늘한 고독감으로 가득 차 있는 이 교향곡은 베토벤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경지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으로, 바그너 등 후대 작곡가들이 최고의 걸작으로 추켜세우고 있는 명작이다.
이 작품을 해설하기 전에 감상을 먼저 적어보면 1악장은 마치 먼 우주를 여행하다 지구로 돌아온 느낌이다. 고독하면서도 이처럼 생기 있는 작품이 또 있을까? 마치 태고의 신비를 버금은 듯 고적한 음률은 곧 빠른 템포로 요동치기 시작하는 데 우주에서도 태양계, 태양계에서도 지구만이 가지고 있는 생명의 요동침과 존재의 기쁨이 가득 분출하고 있다. 청각을 잃고 고독 속으로 침몰해 갔던 베토벤은 마음 속에서 움트는 절절한 고독을 음악으로 승화시켜나간 음악가였는데 고독의 아름다움이라고나할까, 늘 비인의 숲속을 거닐며 자연 속에서 위로를 얻었던 베토벤의 교향곡 중에서도 특히 교향곡 7번을 듣고 있으면 베토벤의 음악정신이 얼마나 편협한 자아에서 벗어나 무한한 우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발견할 수 있다.
이 교향곡은 1812년 42세 때 탄생한 작품으로 귓병, 위장장애 등으로 몹시 괴로웠던 시절이었다. 당시 유럽은 나퐁레옹군과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흉흉하고 불안했으나 베토벤은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거장만이 창출할 수 있는, 당시까지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었던 최고의 교향곡을 완성, 1813년 빈 대학 강당에서 베토벤 자신의 지휘로 초연을 보았다. 베토벤의 작품 중에서 가장 율동적이면서도 짙은 고독이 함께 뭍어나는 이 작품은 황홀한 리듬의 분출과 외로움이 공존하고 있다.
1, 4악장은 무곡풍인데 특히 4악장은 취중곡이라고 널리 알려질만큼 눈부신 속도감으로 유명한 악장이다. 2악장은 팝 등으로도 편곡되어 널리 사랑받고 있는 작품으로 서정적인 애수가 진하게 풍겨져 오고 있다. 3악장은 천상천하 유아독존… 매우 고상한 악장으로 팀파니의 폭발음은 밤하늘의 별들이 쏟아져 내리는 듯 쓸쓸하면서도 광희에 차 있다. 마치 불교의 적멸… 혹은 고호의 ‘스테리 나잇’을 보는 느낌 같다고나할까. 회화적인 일면이 있는 매우 초월적인 작품이다.
고독이 쏟아지는 깊은 밤… 찬란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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