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매달 둘째 토요일에
산길 걸으며 불심 가꿔요.
진짜 부담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한동안 보고싶었던 그리운 사람들과 함께 바닷길을 따라 걸었다. 가끔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준비한 털모자를 눌러 쓰기도 하고 옷깃도 세워 본다. 햇볕은 쨍쨍 했지만 그래도 제법 쌀쌀한 날씨였다. 그러나 오랜만에 만난 우리들 마음은 너무나 훈훈하고 따뜻하기만 했다. 연인과 친구처럼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재미난 얘기를 나누며 이렇게 올 한해 마지막 12월 산행은 시작되었다.
이번 산행에는 새로운 얼굴들도 많이 보였다. 그러나 모두가 낯설지도 않았고 우리는 이미 오래 전에 아름다운 인연으로 만났던 것 같았다. 유니온 시티 반대쪽에 위치한 Coyote Hill Regional Park는 울창한 나무숲은 없지만 한쪽에 바다를 끼고 또 다른 한쪽은 늪지를 끼고 있는 작은 야산으로 연인과 함께 사랑을 속삭이며 한가로이 걸을 수 있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인 것 같았다. 이 야산에는 낮은 봉우리가 몇개 있었다. 그중 우리는 우선 두번째 높은 산봉우리를 점령하기 위해 가파른 산길을 따라 올라간다. 순탄하던 산행길이 갑자기 가팔라지며 콧구멍과 목구멍에서는 벌써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드디어 우리는 두번째 산봉우리를 점령하고 말았다.
우리는 이곳에서 사진도 찍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마지막 가장 높은 봉우리를 오르기 위해 다시 산행을 시작했고 20여분 후에 무사히 이번 산행에서 가장 놓은 산봉우리에 오를 수 있었다. 산봉우리에서 바라보니 저 멀리 바다를 가로지른 산마테오 브릿지가 보이고 다른 한쪽으로는 880도로 양옆으로 예쁜 집들이 빼곡이 들어선 모습은 정말 산 정상에 오르지 않고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절경이다. 여기서 우리는 정말 기억에 남을 단체 사진 한장을 찍었다. 모두가 확대 현상하여 집 한곳에 걸어 두길 바란다.
이제 하산할 시간이다. 오늘은 산행팀의 백련화 보살님과 청나 보살님께서 점심 공양으로 특별히 따끈따끈한 칼국수가 준비된다고 했다. 아니 산에서 칼국수라니! 모두들 놀라워하며 과연 어떤 메뉴가 나올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하산길을 서두른다. 헌데 이게 웬일인가? 우리가 하산하자마자 갑자기 날씨가 으스스해지며 바람이 세차게 불며 냉기가 몸 속으로 파고들고 빗방울도 한두 방울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모두가 추운 한기를 느끼기 시작한 것 같았다. 이때 보살님들의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파워풀한 버너 두개에 불길이 솟고 그 위로 큼직한 찜통들이 올라간다. 공양준비가 시작된 것이다. 20여분 후 물이 끓자 먼저 오뎅이 들어간다. 몇분 후 주위가 갑자기 시끄러워지며 뜨끈뜨끈한 오뎅과 오뎅국물이 날개돋친 듯 팔려 나간다. 싸늘해 가는 우리들 몸을 잠시라도 녹여주는 오뎅국물은 마치 부처님의 무량 자비 광명이 우리에게도 내려진 것 같았다.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닌가.
보살님들의 손이 점점 더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찜통 안으로 칼국수가 들어가고 정성껏 준비한 맛있는 양념이 들어간다. 이제 끓기만 하면 된다. 이때를 놓칠 수 없었던 산행팀 리더이신 신규영 회장님께서 지금껏 보고 듣지도 못했던 지구상에서 가장 어려운 퀴즈 10문제를 출제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산행중에 퀴즈라니 말이다. 갑자기 모든 불자님이 신중해지기 시작하며 신 회장님의 퀴즈 문제에 귀를 기울인다. 출제된 10문제는 정말 어려웠다. 정답은 우리 불자님의 다수의 의견에 의해 결정되었다. 예를 들면 세계에서 가장 부자가 빌 게이츠라는 다수의 의견에 이것이 정답으로 처리된 것은 우리 모두가 이미 한 마음 하나가 된 것 같았다. 기발한 채점 아이디어에 모두가 박장대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열심히 퀴즈 푸는 동안 따끈 뜨끈한 칼국수가 준비되었고 기다리던 점심 공양이 시작되었다. 진짜 맛있다. 아니 정말 이렇게 추울 때 뜨거운 국물을 먹을 수 있다니! 모두가 믿기지 않은 듯 열심히 우루룩 쩝쩝거리며 맛있게 칼국수를 먹는다. 한 그릇 또 한 그릇을 눈 깜짝할 새 후다닥 해치워 버린다. 정말 잘 먹었다. 이를 두고 산해진미가 따로 없다고 하는 말이다. 백련화 보살님과 청나 보살님의 정성스러운 공양 준비에 감사 드립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12월 산행은 이렇게 즐겁고 재미있게 마무리되었다.
우리가 헤어지기 전에 내년 살림살이도 잠시 얘기했다. 올 한해동안 물심양면으로 산행팀을 이끌어 오신 신규영 회장님이 만장일치로 내년에도 불자 산행팀을 이끌어 가실 리더로 결정되었다. 정말 축하할 일이다. 산행은 모든 북가주 불자님들에게 열려있는 문이다. 아무런 부담이 없다. 내가 먹을 도시락 가방 하나 들고 매월 둘째주 토요일 오전 9시 30분에 즐겁게 소풍가는 날이다. 날씨가 점점 추워진다고 합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새해에 웃는 얼굴로 다시 뵙길 바랍니다. 즐겁고 행복한 연말연시 되시길 기원합니다. 이날 찍은 사진 몇장 함께 보냅니다. 구경하시고 필요한 사진은 현상하여 각자 보관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박한근 합장> hanpark71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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