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샌디에고 인근 태평양 상공에서 훈련 중이던 미 해병대 소속 FA-18 호넷 전투기 추락사고로 한꺼번에 자신의 아내 윤영미(36)씨, 장모 김석임(60)씨, 큰딸 하은(15개월), 작은딸 하영(2개월)이를 잃은 한인 윤동윤씨.
사고 다음날인 9일 윤씨는 자신의 가족 및 평소 출석했던 샌디에고 연합감리교회(담임목사 신영각) 교인들과 함께 사고현장을 찾아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장에는 AP · 로이터 통신, CNN등 미국 주요 언론은 물론 한국 언론사 특파원, 로컬 한인언론 기자 등 취재진만 수십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예정시간보다 약 20분 정도 늦게 도착한 윤씨는 눈에 넣고 다녀도 아프지 않을 어린 두 딸과 사랑하는 아내, 장모 등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충격과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한동안 말을 꺼내지 못하다가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이 순간 기자들을 비롯한 모든 참석자들의 눈과 귀는 윤씨에게 쏠렸다.
“가족들을 위해 기도해 준 모든 분들과 시신복구 작업에 힘써준 군인 및 소방관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이런 일이 우리 가족에게 일어날 줄 누가 알았겠느냐”라고 첫 마디를 연 윤씨. 이어 윤씨는 “전투기 조종사가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기도해 달라. 그는 미국의 보물이다. 나는 그를 비난하지 않으며 그에 대해 나쁜 감정도 없다. 조종사는 사고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해 함께 자리한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투기 한대가 굉음을 뿜으며 날아갔고 잠시 기자회견장에는 침묵이 무거운 침묵이 돌았다. 조종사를 ‘용서’한다는 윤씨의 말에 몇몇 기자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순간 ‘용서’의 힘이 무엇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생명보다도 소중한 가족을 잃게 한 장본인을 향한 윤씨의 ‘용서’ 선언은 전 세계 언론에 의해 대서특필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조종사를 용서한다고? 정말 놀랍다’ ‘윤씨는 위대하다’ ‘윤씨는 용서와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준 선인’ 등 비극의 주인공 윤씨에 대한 찬사가 잇따랐다.
한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하는 연말시즌이 다가왔다. 경기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2008년을 마무리하면서 과연 우리는 얼마나 나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을 용서하면서 살아갈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윤씨의 ‘용서’ 선언은 경제위기로 얼어붙은 이 시대를 사는 수많은 미국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 발언으로 평가받고 있다. 새해를 맞기 전 용서해줄 사람이 없는지 주위를 한번 살펴보자. 또 나 자신도 누군가에게 용서받을 일이 없는지 생각해보자. ‘용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이종휘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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