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가지 비리행각에 연루돼 기소된 라드 블러고이어비치 일리노이 주지사가 연방수사국(FBI)이 체포 방침을 통보하는 순간에도 `위풍당당’한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리노이 주지사가 상원의원직을 놓고 흥정을 벌인 당사자 가운데 거액을 내겠다고 제안한 사람이 제시 잭슨 주니어 하원의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ABC 방송이 연방수사기관 소식통들을 인용해 10일 보도했다.
▲“사퇴 않겠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블러고이어비치가 독직 부패 등 혐의에도 불구, `무죄’를 주장하며 사퇴는커녕 정치적 야심까지 버리지 않고 있어 향후 정치적 후유증과 파문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10일 뉴스위크에 따르면 FBI 고위 인사는 체포 당일인 지난 9일 오전 6시께 블러고이어비치에게 전화를 걸어 체포계획을 사전 통보했다.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깬 블러고이어비치는 FBI의 체포계획을 들은 뒤 “지금 이거 농담하는 거지?”라고 반문하며 `맘대로 해보라’는 식의 반응을 보여 전화를 건 고위 수사관을 오히려 황당하게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사퇴로 공석이 된 상원의원직을 매매하려 했던 `뻔뻔스런’ 행각을 보인 블라고이어비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고 10일 오전 사무실로 당당히 출근했다.
블러고이어비치는 상원의원직을 팔아 거액의 자금을 모은뒤 ‘이미지’ 변신을 통해 2016년 대권 도전에 나선다는 담대한 야망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상원의원직 매매 작업이 신통치 않자 자신이 직접 물려받은 방안을 검토했다.
이는 비리 사실 등이 드러날 경우에 대비, 상원의원으로서의 영향력을 십분 활용해 보겠다는 저의를 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연방검찰은 해석했다.
블러고이어비치는 연방검찰의 감청 수사를 `리처드 닉슨 전대통령의 비밀도청 행각’에 비유하며 강력 비난했고 `할테면 얼마든지 해보라’며 큰소리쳤다.
블러고이어비치는 특히 “사적이든 공적이든 나를 도청하는 문제에 개의치 않는다. 다만 내가 무슨 얘기를 하든 항상 합법적인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수사 결과에 결코 승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정가가 그의 처리 문제로 상당기간 진통을 겪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뉴스위크는 지적했다.
라드 블러고이어비치 일리노이 주지사가 10일 집 뒤쪽 골목으로 빠져나와 출근하려는 모습이 기자들에게 잡혔다.
50만달러 흥정은 제시 잭슨 목사 아들인 하원의원
▲제시 잭슨 아들 관련
제시 잭슨 의원은 흑인 민권운동가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수차례 출마한 경력이 있는 제시 잭슨 목사의 아들이다.
연방수사국(FBI)의 감청기록에 따르면 블러고이어비치 주지사는 `상원의원 후보 5번’과 확실한 금액으로 협상을 타결지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돼 있는데, 바로 `후보 5번’이 잭슨 의원이라는 것이다.
잭슨 의원은 그러나 자신이 ‘후보 5번’이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하면서 “나는 이번 수사의 표적이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FBI는 10월31일 감청된 블러고이어비치의 통화 내용에서 “상원의원 후보 5번의 측근이 접근해와 50만달러를 내겠다고 했으며 이후 다른 쪽에서는 100만달러까지 올렸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이밖에 데니 K. 데이비스, 전직 주상원의원 에밀 존스, 태미 덕워스 등도 거래 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의석을 놓고 협상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진 제시 잭슨 주니어 하원의원.
오바마 “사퇴해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10일 자신의 사퇴로 공석이 된 상원의원직을 거액을 받고 팔려고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라드 블러고이어비치 일리노이주 주지사에게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차기 백악관 대변인에 내정된 로버트 깁스는 이날 브리핑에서 오바마가 블러고이어비치 주지사가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렇다”면서 “오바마 당선인은 팻 퀸 부지사 등 관계자들과 현 상황에서는 주지사가 효과적으로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미국내 대부분의 주에선 상원의원직이 공석일 경우 보궐선거를 실시하지않고 차기 선거가 있을 때까지 주지사가 상원의원을 임명,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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