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성탄절로, 연말로 몸과 마음이 바빠진다. 각종 송년회, 특히 동창회 모임이 빠짐없이 열리고 여기에 대부분의 단체와 기관은 이사회나 총회를 개최 하여 임원진을 새로 뽑거나 개편하기도 한다.
지난 이명박 대통령의 LA 방문시 교포간담회에 모인 수백명의 면면들 중에는 평소 이름뿐이거나 무얼 하는지 모를 단체에서 나왔다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다.
한인회와 평통, 상공회의소를 위시해서 은행, 학교, 언론사, 종교기관 등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단체나 기관도 있지만 혼자 또는 몇몇이 명칭만 그럴듯한 단체를 만들어 회장을 하거나 돌려가며 한 자리씩 차지하는 ‘감투병’에 걸린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 단체의 특징은 제대로 된 정관도 없을뿐더러 몇 년이 지나도 단체장과 임원은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이런 현상은 역사도 오래되고 제법 알려진 단체에서도 비일비재 일어나고 있다.
회장이나 이사장을 회원들의 총회에서가 아니라 자기들끼리의 모임(회장과 이사장이 선임한 이사회)에서 뽑고 있으니 결국 한 통속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북한이나 유신헌법에서 했던 이런 반민주적인 선출방법을 지속하고 있는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단체장의 선출은 그 단체가 작든 크든 그냥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그 단체의 위상과 발전에도 큰 요소로 작용하겠지만 그 단체가 속한 사회에도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지난 날 한국과 이곳의 많은 선거에서 쓰라린 체험을 한 우리들이다. “잘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만으로 찍었다가는 후회하기 십상이다. 한인사회가 아직도 바로 서지 못하고 계속 말썽이 일어나는 것도 많은 단체가 그 장들을 잘못 뽑았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렇듯 단체장은 그 단체의 얼굴이고 또한 이끌어가야 할 가장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에 여러 면이 고려되어야 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다음 세 가지는 꼭 갖춘 사람을 뽑아야 할 것이다.
첫째, 인화(人和)에 힘쓰는 사람이어야 한다. 단체를 하다보면 내부적으로나 대외적으로 의견충돌과 마찰이 불가피하다. 이럴 때 이를 잘 포용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해서 회원 간 단합은 물론 다른 단체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내분이나 조장하고 외부 단체와 싸움질만 일삼는 단체장이라면 그 단체의 앞길은 불 보듯 뻔하다. 단체가 발전하기는 어려워도 한번 삐꺼덕거리기 시작하면 그 몰락은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법이다.
둘째, 지식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꼭 많이 알고 교육을 많이 받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자신이 속한 분야에 전문성과 일가견이 있고 그 단체를 대표할만한 경력과 지명도를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유능한 부장이 모두 유능한 사장이 되지 못하는 것처럼 사람마다 각기 그릇의 크기가 틀리게 되어있다.
셋째, 독립적인 사람이어야 한다. 단체장이 단지 학연, 지연 또는 출신의 이해관계에 사로잡히거나 나팔수 역할만 담당하는 꼭두각시라면 그 단체는 이미 공적단체라 할 수 없다. 누구의 지시나 영향을 받지 않고 공정하게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야 신뢰하고 쫓아갈 수 있는 단체장일 것이다.
금년에는 별로 좋은 소식이 없는데 해가 가기 전에 한인단체들이 모두 민주정관으로 개정하고 훌륭한 대표를 뽑아 좋은 출발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조만연
수필가·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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