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웬일이지? 무슨 공사가 있나?”
며칠 전 저녁시간 윌셔 인근의 모임에 가던 회사원 K씨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LA 한인타운 한복판의 윌셔 가는 항상 차들로 붐벼서 길가에 주차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게다가 저녁 시간이니 “아무래도 발레 파킹을 해야 겠구나” 하며 모임장소인 호텔 쪽으로 들어서는데, 뜻밖에도 길 양쪽이 텅 비어있는 것이었다.
“잠정 주차금지 팻말이라도 붙어있나 하고 둘러봤지만 아무 것도 없더군요. 너무 한산해서 길을 잘못 들어섰나 싶을 정도 였어요”
한국서 온 관광객들이며 단체 모임들로 늘 북적북적하던 호텔 안도 조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호텔 내 식당에 두세 시간 머무는 동안 드나드는 손님이 너무 없어서 종업원들 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식당에 손님이 없다’는 말이 점점 실감나고 있다.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던 인기 식당들도 요즘은 전 같지 않은 분위기이다. 그나마 점심시간에는 근처 사무실 직원들로 자리가 채워지지만 저녁시간이 되면 썰렁해지는 것이 많은 식당들의 현실이다. 저녁에 모여 먹고 마시던 모임들이 현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밖으로 나돌던 가장들은 일찌감치 집으로 들어가고, 외식 좋아하던 가족들은 되도록 집에서 식사를 하니 건강이나 가족 화합 면에서는 더 없이 좋은 변화이다. 하지만 요식업소들로 보면 속이 타들어가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경제가 나빠지면서 외식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기가 좋을 때 별 부담 없이 늘어나는 것이 외식비 지출이라면 주머니 사정이 나쁠 때 제일 먼저 줄어드는 것 역시 외식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식사패턴’ 보고서에 의하면 비슷한 음식을 식당에서 먹으면 집에서 만들어 먹을 때보다 평균 3배의 비용이 든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갈비탕 한 그릇 먹을 값으로 집에서 만들면 세 사람이 먹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가족들이 우르르 식당으로 향하던 발걸음들이 경기 나쁜 요즘에는 뜸해질 수밖에 없다.
손님이 줄어 울상인 것은 한인타운 식당들만이 아니다. 미전역의 유명 외식업체들이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식당과 패밀리 레스토랑 등 대중식당들의 경우 이전의 5명 중 3명꼴로 손님이 줄었다고 최근의 한 조사결과 드러났다. 식당으로 가던 발걸음들이 수퍼마켓으로 방향을 틀어 그곳의 조리된 음식을 사거나 아예 집으로 가서 직접 만들어 먹는 추세라는 것이다.
식당 업주들은 그러잖아도 식재료비가 올라 운영이 힘든데 손님까지 뚝 떨어져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전국 체인의 대형 외식업체들은 주가까지 떨어져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인기 체인 치즈케익 팩토리의 경우 올해 주가가 59%나 떨어졌다.
지갑을 틀어쥐고 열지 않는 소비자들을 어떻게 식당으로 끌어 낼 것인가. 식당들은 고민을 하고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이 가격 낮추기. 2.99달러 자장면, 4.99달러 갈비탕 등 식당마다 염가 메뉴들을 개발하고 있다. 값싸고 서비스 좋지 않고는 어느 식당도 살아남기가 어렵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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