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대통령이 지난 17일 한국, 체코, 헝가리 등 7개국을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신규가입국으로 공식 발표, 한국인들이 미 국 땅을 밟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이번 조치로 한국인들은 비자 없이 90일 이내 관광 또는 상용(B1, B2)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빠르면 11월 중순, 늦어도 내년 1월에는 무비자 미국 입국이 실현될 것이라고 한다. 이제 입국 비자를 받기위해 사시사철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 길에 줄을 늘어서는 모습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오랫동안 한국인들은 미국으로부터 자존심 상하는 대접을 받아왔다.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같은 선진국은 제쳐놓더라도 아이슬란드, 브루나이, 모나코, 슬로베니아 등 국제무대에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들보다도 늦게 비자 면제국이 됐으니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인 한국으로서는 심기가 편치 않았을 것이다.
한국의 VWP 가입이 현실화되자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은 한인이 거주하는 이곳 LA는 쌍수를 들고 이번 조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여행업, 요식업, 숙박업, 금융업 등 업종 마다 관광객을 비롯한 방문객이 급증, 경제적 플러스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 미주지사에 따르면 무비자 시대가 열리면 미국에 오는 한국인 방문객수는 향후 3년 내에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 대한 VWP 시행은 한국인들에게도, 이곳 미주 한인들에게도 분명 좋은 소식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VWP는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모두들 깨달아야 한다. 한국정부 당국자는 “이번에 한국이 새로 VWP 가입국이 됐지만 무비자로 입국한 뒤 미국에 불법 체류하는 한국인들이 늘어날 경우 혜택이 취소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일반 한국인들이 느끼는 것 이상으로 치밀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나라다. VWP 가입국을 확대하면서도 자국 내 불법체류자 실태를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의 경우 VWP 혜택을 누리다 미국내 불체자 급증으로 인해 가입국 자격을 박탈당한바 있어 한국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VWP 시행에 앞서 주판알을 튕기며 한국과 미국에서 콧노래를 부르는 한인들도 많겠지만 철저한 사전준비 없이 아메리칸 드림만을 쫓아 무작정 도미하는 사람도 꽤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다. 불법체류 혐의로 연방 수사당국에 체포돼 가차 없이 추방당하는 한국인은 예나 지금이나 많다.
그중에는 밀입국 매춘여성이나 유흥업소 종사자도 있고 방문, 학생비자로 와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다 불체자로 전락한 사람도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미국은 법치주의 국가이다. 법 앞에서는 그 어떤 사정과 논리도 통하지 않는다.
VWP 가입을 축하하기 위해 터뜨린 샴페인에 너무 오래 취해 있으면 곤란하다. VWP가 시행되면 “나에게 어떤 이익이 돌아올까”에 대해 생각하며 핑크빛 청사진을 그려보는 것도 좋지만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의 전철을 그대로 밟지 않도록 무비자 시대의 부작용도 꼼꼼히 따져보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지금 미국도, 한국도 경제위기 때문에 살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렵게 실현된 한국인 무비자 미국입국이 한미 양국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구성훈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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